철도파업 한 달…레미콘 제한출하, 건설현장도 '빨간불'

입력 2016-10-27 15:36
수정 2016-10-27 15:47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멘트, 레미콘업계는 물론 건설현장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27일 시멘트·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대형 레미콘사는 이번 주부터 시멘트 등 원재료 수급 문제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레미콘 출하량을 30% 가량 축소했다. 철도파업에 따른 물류 차질로 공장에 쌓여가는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시멘트사들이 이미 이달 초부터 생산량 감산에 들어간 데 이어 시멘트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레미콘사마저 제한출하를 시작한 것이다.

각 철도기지창에 마련된 시멘트 사일로(저장창고)에는 파업이 길어지며 최근 재고가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현재 강원·충청 등 공장에서 생산된 시멘트는 철도역에 비치된 사일로를 거칠 시간도 없이 곧바로 BCT(벌크 트레일러) 차량을 통해 레미콘사와 건설현장 등으로 공급되고 있다.

레미콘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시멘트 재고마저 급감하면서 레미콘 공급량을 줄이는 제한출하도 불가피해졌다. 한 대형 레미콘사의 관계자는 “자체 시멘트 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주까지는 겨우 출하를 맞추고 있지만 철도 운송 차질이 지속되면서 다음달 이후에는 제한출하를 검토하고 있다”며 “시멘트뿐만 아니라 골재 수급도 버거운 형편이어서 레미콘 공급 차질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레미콘사들은 시멘트 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월, 단양 등지의 시멘트 공장에서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로 직접 시멘트를 실어오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대형 레미콘사에 비해 공급이 더욱 부족한 상황이다. 레미콘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시멘트 재고율이 현재 30% 이하로 줄어 있어 (레미콘) 출하량 조절이 불가피해졌다”며 “중소 레미콘사들은 철도 파업 이후 시멘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멘트협회 조사에 따르면 철도 파업이 한 달을 넘어서면서 시멘트 업계의 피해 규모만 약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멘트 수송 차질에 따른 미판매 금액과 BCT 등 대체수송 운임 증가 등에 따른 손실이다. 파업으로 인한 시멘트 운송 차질 물량도 40만t을 넘어섰다. 레미콘사들의 피해가 가시화하면서 철도 파업에 따른 건자재 부문의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시멘트·레미콘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면서 성수기를 맞이한 건설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시멘트 공급 차질이 레미콘에서 건설사로 이어지면서 '시멘트·레미콘 대란'이 현실화하고 공사 중단 사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사전에 확보하고 발주해둔 물량으로 공사를 진행해왔지만 레미콘사마저 제한출하에 들어갈 경우 공사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겨울을 앞두고 막바지 레미콘 타설을 미리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 공정 등으로 돌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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