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 공공성 훼손…대책 마련해야"

입력 2016-10-27 14:19
수정 2016-10-27 19:38
26일 국회서 정책토론회



[ 김봉구 기자 ] 현재 시행 중인 학교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가 공공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저가입찰제 도입으로 유업체들이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쌓이는 적자를 감당 못해 우유급식 중단 사태가 빚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위기의 학교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주최한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올해 전면 시행된 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의 맹점으로 업체간 과당경쟁을 꼽았다.

홍 의원은 “최저가입찰제로 인해 학교급식 우유가 시중 정상 유통가 850원(이하 200㎖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평균 321원에 납품되고 있다. 업체의 납품 기피·중단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필수영양소를 공급한다는 우유급식 기본 취지에 맞도록 최저가입찰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가입찰제의 부작용으로 △부당 염매 조장 △저가 낙찰에 따른 업체의 공급 중단 △학교 우유에 대한 불신 조장 및 신뢰도 하락 등을 열거하며 “우유급식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같은당 김성원 의원도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우유급식률은 51.1%에 그쳤다. 92~95% 수준인 선진국과 차이가 크다”고 짚은 뒤 “학교우유급식은 청소년 체력 증진을 위해 실시하는 국가 시책사업인 만큼 공공성의 관점에서 공적 규제가 필요하다. 근본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낙농가에선 학교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이승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최저가입찰제를 방치할 경우 유업체와 낙농가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어 결국 학교우유급식 공급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며 “공익성이 강한 우유급식의 특수성을 감안해 최저가입찰제 대책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단가가 맞지 않아 급식우유 공급이 중단된 실제 사례를 거론하며 “특히 학생 수가 적고 공급 여건이 불리한 농·어촌, 도서벽지 지역 학생들부터 우유를 먹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낙농가 지역 학생들이 우유를 공급받지 못하는 아이러니(역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입장차가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면서 “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를 낙농 분야의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대표, 우유급식대리점 사장 등 학교 현장에서 우유급식의 제도 변화를 체감하는 당사자들도 토론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금미 전 구일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장은 “우유를 낙찰을 붙인다는 게 너무 실망스럽다. 모든 학교에 공평하게 제공하는 우유급식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창현 서울우유 용인제일급식대리점 사장도 “단순한 시장 논리로 시행된 기형적인 우유급식 조달방식이 합리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 장소인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은 각지에서 모인 낙농가 등 관계자들이 가득 채웠다. 홍 의원이 최근 임명된 김 장관이 자리했다고 소개하며 청중의 박수를 유도했고, 여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낙농인 여러분의 대변인이 되겠다”고 발언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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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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