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재 기자 ]
국내 증권사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인기도 도입된 지 9개월 만에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크라우드펀딩 전용 홈페이지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지난 1월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발행금액은 4월 33억1900만원까지 늘었다가 6월 8억16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7월에는 다시 27억3300만원으로 늘었으나 8월 17억3300만원, 9월 13억3500만원으로 감소했다.
목표 모집가액 대비 발행금액 비율도 지난 7월 68.7%에서 8월 52.0%, 지난달 43.1%로 밀려났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온라인 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한 증권사들의 중개 실적도 저조하다.
지난 6월14일 중개업자 등록을 마친 유진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한건과 두건 중개하는데 그쳤다. 지난 7월7일 등록을 마친 KTB투자증권도 한 건의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했다.
앞서 3월 16일 중개업자로 등록한 코리아에셋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크라우드펀딩 중개 건수가 비교적 많았다. 코리아에셋은 21건, IBK투자증권은 16건의 크라우드펀딩을 수행했다.
이같이 증권사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우선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수익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모집할 수 있는 한도가 너무 작다"며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기업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집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7억원이다. 업계 평균 중개수수료가 5%인점을 감안하면 7억원을 모집한다해도 3500만원의 수익을 내는데 불과하다. 더욱이 대부분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목표금액이 7억원에 못미치고 있어, 수익성은 더욱 낮다.
증권사들이 중소기업(중기) 특화 증권사로 선정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섣부르게 진출한 점도 관련 성과 부진 이유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올초 중기 특화 증권사를 선정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을 정성평가 중 '시장참여 의지' 항목에 포함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정보기술(IT)과 서비스 등에 인원이 많아야 한다"며 "그러나 증권사는 점수를 받기 위해 진출을 서두르다 이러한 부분을 간과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도입 기간이 짧은 만큼 중장기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저변이 약해 집단지성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는 크라우드펀딩을 수익적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며 "크라우드펀딩을 거친 기업이 성장해 기업공개(IPO)를 거치는 선순환적 구조가 정착되길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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