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입 20년…머나먼 선진국

입력 2016-10-24 17:56
수정 2016-10-25 06:36
GDP 20년간 세 배 커졌지만…너무 일찍 늙어버린 한국

한국경제-OECD 한국대표부 공동기획 (1) 경제·사회 성적표

선진국 향해 달려왔는데
수출규모 15→6위로 껑충…국가신용등급 일본 추월
삼성전자 등 100대 기업 진입

잃어버린 성장 활력
고령화에 노동생산성 하락…성장속도 눈에 띄게 느려져
국민소득 10년간 2만달러대
'선진국 척도' 소득 3만달러는 2018년에나 가능할 듯


[ 황정수 / 김유미 기자 ]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뒤 20년간 한국의 경제 규모는 두 배, 수출액은 여섯 배로 커졌다. 국가신용등급은 역대 최고다. 하지만 한국인은 선진국민으로 살아본 적이 아직 없다. 덩치만 커진 ‘반쪽 선진국’이 우리 현주소다.

1996년 10월25일 29번째 OECD 회원국 가입협정에 서명했을 때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자부심이 컸다. 외환위기(1997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등 시련 속에서도 경제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세계 9위로 올라섰고, 세계 6위 수출대국이 됐다.

내실은 딴판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10년째 2만달러대에 갇혀 있다. 삶의 질은 최하위권이다. 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은 OECD에서 가장 높고, 장시간 근로에도 노동생산성은 제자리다.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OECD 가입을 놓고 당시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은 끊임없이 갈등했다. 대외개방 효과를 둘러싸고 자존심 싸움까지 비화됐다. 이를 보다 못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12월 두 부처를 통합했다. 이후 OECD 가입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외형은 급속히 커졌지만

OECD 가입 1년 만에 외환위기를 맞아 잠시 휘청거렸지만 우리 경제는 외형을 급속히 키워나갔다. 국내총생산(GDP·시장가격 기준)은 1996년 6585억달러에서 작년 1조7487억달러로 커졌고, 2011년엔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수출 규모도 가입 당시 1205억5200만달러, 세계 15위에 불과했지만 2004년엔 2000억달러를 돌파했고 2010년엔 4000억달러, 2011년엔 5000억달러를 넘었다. 2014년엔 6961억5500만달러로 세계 6위를 나타냈다. 수입 규모도 20년 만에 3배로 증가했다.

기업들도 열심히 뛰었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100대 기업(포천 선정)에 들어가 있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은 없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각각 작년 12월과 지난 8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높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국가 위상도 올랐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은 데 이어 2012년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에 유치했다.

조로증에 걸린 한국

1인당 국민소득(실질 국민총소득 기준)도 1996년 1만2243달러에서 지난해 2만7931달러로 56.2% 증가했다. 하지만 OECD 회원국 내 순위를 보면 20년 전 24위에서 작년 23위로 한 계단 상승한 데 그쳤다. OECD 회원국의 1인당 국민소득 평균인 3만2411달러(2013년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2006년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은 뒤 10년간 2만달러대에 갇혀 있다.

고령화와 노동생산성 하락 등으로 성장 활력도 감소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1996년 6.14%에서 2014년 12.66%로 급증했다. 경제활동인구는 당장 내년부터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동생산성은 29.9달러(2013년 기준)로 OECD 평균(40.5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3만달러벽 언제 넘을까

성장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 1996년 7.6%를 나타냈던 성장률은 2004년 4.9%를 기록해 5% 밑으로 떨어졌다. 2013년엔 3.3%를 나타낸 뒤 작년엔 2.7%로 하락했다.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낮은 노동생산성 등 경제활력 감소로 아무리 노력해도 2%대 벽을 뛰어넘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내년에도 1인당 소득 3만달러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대다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중기 경제전망을 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2018년 3만1744달러를 기록, 12년 만에 3만달러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이 2만달러대에서 3만달러대에 진입하는 데 걸린 기간인 평균 8.2년보다 길다.

이창양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의 언저리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파고에 직면하고 있다”며 “국가혁신체계 전반을 개혁하고 기업 및 실물 중시형 정책기떳?통해 성장엔진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김유미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