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경제 위기론] 4분기 추경으로 버티겠지만 문제는 내년…"성장률 2%도 어렵다"

입력 2016-10-23 18:33
부동산에 기댔던 경제
아파트 분양·착공 물량 꺾여…내년엔 SOC 예산도 줄어

미국 금리인상 등 '시계제로'
제조업 빅2까지 수출 안갯속…소비·투자·고용 모두 몸사리기


[ 김유미/심성미/황정수 기자 ] 저성장 경고음이 요란한 가운데 ‘4분기 위기론’이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더 큰 걱정은 내년 경제라는 진단이 나온다. 소비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영향권에 들어섰고, 투자와 고용은 구조조정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 탓에 정책의 딜레마는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상반기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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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는 재정으로 버텨도

내년 성장률이 개선될 것이란 낙관론은 주로 재정·통화당국(정부 3.0%, 한국은행 2.8%)과 국책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 2.7%)에서 나온다. 반면 민간 연구원(LG경제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 2.2%)은 눈높이?크게 낮췄다.

경제는 지난 2분기까지 세 분기째 0%대 성장률(전 분기 대비)에 머물렀다. 하반기도 나아질 것이 없다. 지난 8월 수출이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이 역시 잠시였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제조업 고용은 급감했다. 최근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생산 중단, 현대자동차 파업으로 주력 산업도 타격을 받았다.

일각에선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관측까지 제기됐지만 그 정도 최악은 아닐 것이란 게 아직은 중론이다.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이 4분기에 본격 집행되는 데다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미니 부양책도 내놓았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면서 성장률 보전이 가능해 보인다”며 “그보다 내년 상반기가 더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떠받친 건설 경기 꺾이면

문제는 불확실한 변수가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올해 성장률은 2.5~2.7%를 유지하겠지만 내년으로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 탓에 정책 수단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엔 악재다. 더 큰 걱정거리는 국내에 몰려 있다. 성장률을 그나마 떠받쳤던 건설 투자가 꺾일 것이란 우려도 많다. 한은은 최근 경제 전망에서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인 주택 착공, 아파트 분양 물량이 작년 하반기에 꺾였다”며 “내년엔 토목 공사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들면서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의 장애물도 여전하다. 한은은 구조조정 여파로 실업률이 올 하반기 3.5%에서 내년 상반기 4.1%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급증한 가계부채도 소비엔 부담 요인이다. 김영란법이 서비스업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내년 상반기 2% 성장률도 확신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장기 불황이냐 아니냐 기로에

내년 경기의 최대 변수는 수출이다. 한은은 내년 세계 교역이 회복돼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론도 많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나 유럽 경제가 회복할지 불투명하고 미국 회복세가 얼마나 갈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4분기 지표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4분기 부진은 다음해 상반기 지표를 지속적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연말에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면 내년 경제의 출발선을 후퇴시켜 전년 동기 대비 지표까지 끌어내린다는 의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부채 대응과 산업 구조조정에 성공하느냐 여부에 따라 자칫 장기 불황까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은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정치의 해’이기도 하다. 이창양 KAIST 경영대 교수는 “정부가 유동성을 풀면 경기가 일시적으로 좋아질 수도 있지만 이는 경제의 과대평가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유미/심성미/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