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참회록' 고전 반열…처칠은 노벨문학상

입력 2016-10-21 17:30
기록과 폭로 사이…회고록의 정치학

불후의 고전부터 표절시비까지
조지 W 부시 회고록 표절 논란
나카소네는 위안부 말바꾸기도


[ 홍영식 기자 ] 문학 작품에 비견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은 회고록이 적지 않다.

역사상 작품성이 뛰어난 회고록으로 기독교 교부(敎父)로 추앙받는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이 꼽힌다. 그가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에서 살았던 4~5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읽히는 자서전이다. 신학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예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의 《고백록》과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참회록》도 불후의 고전으로 꼽힌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은 노벨문학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미국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은 개인의 삶을 공동체 이야기로 풀어낸 청교도 간증서로 유명하다.

‘지난일을 징계해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의 《징비록(懲毖錄)》은 1604년 서애 류성룡 선생이 쓴 임진왜란 회고록이자 교훈서다. 7년 전쟁에 대한 반성과 대책을 담은 이 책은 사료적 가치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에서도 말 바꾸기, 표절 의혹 등으로 풍파를 일으킨 저명 인사의 회고록이 적지 않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11년 내놓은 《결정의 순간들》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부하 직원들의 회고록이나 언론 매체의 서평에 나온 표현을 자신의 생각처럼 사용했다고 언론이 보도한 게 계기가 됐다. 미국 유력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14년 자서전 《힘든 선택들》을 내놨다가 부자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백악관을 떠날 당시 변호사 비용 등 수백만달러의 빚더미에 올랐고, 남편과 강연을 다니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고 하자 언론들은 클린턴 부부의 연간 수입(1670만달러)은 미국 상위 0.0001%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고액 강연료 문제로 불똥이 튀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1978년 출간한 《영원한 해군-다음 세대를 위한 이야기》에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직접 위안소를 설치해 운영했고 큰 고통을 느꼈다고 고백했다가 1997년 강제 동원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동거녀였던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가 2014년 회고록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가난한 사람을 조롱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