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직원들이 조양호 회장에게 보낸 호소문

입력 2016-10-20 15:51
수정 2016-10-20 15:52


(정지은 산업부 기자) “제발 저희의 목소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님께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노동조합위원장이 20일 오전 일부 해운담당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의 일부입니다. 장 노조위원장은 ”지난 18일 조 회장에게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호소문을 보냈지만 실제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다”며 호소문 전문을 함께 첨부했더군요.

한진해운 경영진은 다음달부터 정리해고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육상직 직원 650명 중 350명을 정리해고하고 다른 300명은 미주, 아시아노선 등 자산을 인수한 회사에 고용승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런 방침을 통보받은 직원들은 조 회장에게 바로 공문 형태의 호소문을 보낸 겁니다. 하지만 이틀이 가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장 노동위원장은 호소문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을지 궁금한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기사로는 미처 다 담지 못한 호소문 전문을 ‘모바일한경’을 통해 공유합니다.

1. 조양호 회장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주지하시다시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하 직원들의 대량해고가 임박하고 있습니다.

3.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회장이며, 한진해운 법정관?개시 전까지 대표이사로서 한진해운의 회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다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4. 대주주인 대한항공과 그룹사, 그리고 회장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회생은 요원하고 회사의 주체 중 하나인 직원들의 고용상황 악화 및 대량해고가 임박해짐에 이렇게 하소연드립니다.

5. 회장님께서 당부하신,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해 그룹사로의 고용승계가 이뤄지도록 즉각적인 검토를 해주십시오. 한진해운 직원들의 자질과 능력을 버리지 마시고 그룹에서 활용되도록 조치해주십시오.

6. 대량해고에 따른 최소한의 해고 보상금 및 위로금 지급을 대주주 및 법정관리 전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더해주십시오.

7. 한진그룹의 모토인 '인화', 즉 '사람이 기업이다'라고 선대회장부터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한진해운 직원이 아니라 한진해운 더 나아가 한진그룹의 핵심 자산이자 가족의 구성원입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칼로 무 베듯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대량해고 하는 게 정녕 사훈에도 명시된 '책임과 봉사'는 아닐 겁니다.

8. 아무리 회사가 없어져도 가족을 사지로 내모는 것은 한진그룹 선대회장을 욕보이는 것이며, 위대한 기업가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9. 비록 한진해운 가족이 떠날지라도 한진그룹 가족이었다는 자부심은 잃지 않도록 저희 직원들을 살려주십시오. (끝) /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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