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 "솔직히 부가세 올려야"…김종인 "세율 40년간 10%에 묶여"
[ 유승호 기자 ]
정치권에서 부가가치세 인상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법인세·소득세보다 세수를 늘리기가 쉽고 부가세 도입 이후 40년 가까이 세율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다만 부가세는 소득·재산 수준에 상관없이 동일 세율이 적용되는 세금이어서 정치권은 공론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9일 국회예산정책처와 경제재정연구포럼이 공동 주최한 201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솔직히 말하면 부가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부가세율이 20% 수준인데 한국은 10%밖에 안 된다”며 “부가세율을 1%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6조원을 더 걷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총 세수에서 부가세 비중은 40%대 초반으로 40%대 후반인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점도 부가세 인상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1977년 도입한 부가세를 40년 가까이 10%로 묶어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가세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부가세는 역진성이 있어 인상 움직임이 있을 경우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김 의장은 “부가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이다를 사도 10%가 붙고 노숙자가 사이다를 사도 10%가 붙는다”며 “(부가세 인상은) 정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문제라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가세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도 토론회에서 “재정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 왔지만 재정적자폭이 늘어 오래 지속할 수 없다”며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장 의원은 “현재 복지 수준만 유지해도 고령화 등으로 예산이 자연히 늘어나게 돼 있다”며 “그에 맞게 조세부담률을 어떻게 높여갈지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