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시공사 갈등에 공사 중단…새 업체 선정하기로
내년 봄이나 돼야 입주자 모집
[ 홍선표 기자 ]
서울시가 공급하는 행복주택(젊은 층 전용 임대주택)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 구로구 천왕동 천왕2 행복주택 건립 사업이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 애초 지난달 공고를 내고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주체인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와 시공사 사이에 공사 지연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며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행복주택 입주 신청을 기다리던 수요자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난 9월 공급이 예정돼 있던 ‘서울 천왕2지구 행복주택’의 입주자 모집을 잠정 연기했다. 애초 5월이던 입주자 모집을 한 차례 늦춘 데 이어 두 번째 연기다. 행복주택은 주로 신혼부부·사회초년생·대학생 등 젊은 층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입주 시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천왕2지구 행복주택 사업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개발 중인 서울 구로구 천왕·오류동 일대 천왕2보금자리개발예정지구에 행복주택 2개 단지, 319가구(전용 20~40㎡)를 짓는 사업이다. 강남권 접근성이 좋은 지하철 7호선 천왕역세권에 들어서는 데다 행복주택 중에선 면적이 넓은 편인 전용 40㎡ 투룸형 주택도 포함돼 있어 젊은 층 수요자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올해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급 예정인 행복주택 836가구의 3분의 1이 넘는다. 2013년 12월 공사를 시작했으며 올 4월 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었다.
준공이 늦어지는 건 공사 지연 책임을 둘러싼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시공사 충정종합건설 간 갈등 때문이다. 당초 이 사업은 무영건설과 충정종합건설이 각각 51%와 49%의 지분을 갖고 공동 시공을 맡았지만 지난해 무영건설이 하도급 업체의 임금을 체납한 탓에 서울주택도시공사 협력사에서 퇴출당했다.
충정종합건설이 무영건설의 지분을 인수해 공사를 재개했지만 무영건설의 퇴출에 따른 약 5개월간의 공사 공백기 때문에 제때 공사를 마치지 못했고 지체일 하루당 1500여만원에 달하는 지연배상금을 물게 됐다.
30여명이 근무하는 중소 건설사로선 한 달에 4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8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빠지며 천왕2 행복주택 사업은 표류하게 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이달 초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공사 선정 시점과 절차 등은 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기존 시공사와의 법정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있어 천왕2 행복주택 공급 시점을 정확히 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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