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재건축 호가 4000만원 하락

입력 2016-10-18 17:26
"추가 규제 나오나" 긴장

매도시점 살피던 집주인들, 가격 낮춘 급매물 내놔
중개업소 "매수 문의 끊겨"


[ 설지연 / 문혜정 기자 ]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매도 호가가 수천만원씩 떨어지고 중개업소 거래 문의도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가 지난주 아파트 중도금 대출 조이기에 나선 데 이어 강남권 등 일부 집값 급등 지역의 추가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0.42%로 2주 연속 둔화됐다. ‘강남4구’ 중 강남구 상승폭만 소폭 커졌을 뿐 나머지 세 지역 상승률은 크게 낮아졌다. 서초구 재건축 단지 상승률은 이달 첫째주 1.31%에서 지난주 0.42%로 낮아졌고 송파구는 0.94%에서 0.24%로, 강동구도 0.75%에서 0.55%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강남권 아파트 거래 시장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던 집주인들은 일부 가격을 낮춰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단지에서는 최근 3~4일 새 호가가 500만~1000만원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가격이 많이 올라 이달 들어 이미 거래가 줄고 호가도 약보합세로 돌아선 상태였는데 정부의 규제 검토 방침이 전해지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는 설명이다. 지난주 10억4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개포주공1단지 전용 42㎡는 이번주 10억3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5단지도 2주 만에 1000만원 떨어졌다.

서울 개포동 J공인 대표는 “계속 집값이 안 잡히면 정부가 몇 군데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구입을 고민하던 수요자들이 매수 문의를 뚝 끊었다”며 “이미 3단지 분양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이 일대에 가격 상승을 주도할 만한 요인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아무래도 재건축 시장은 정부 정책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초구 재건축 단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잠원동 한신4지구(신반포8차, 9차, 10차, 11차, 17차 통합재건축)도 매수세가 꺾였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는 단기간에 워낙 가격이 많이 올라도 매매가 됐는데 최근엔 매물도 많지 않지만 보름 전부터 매수 문의가 아예 없고 조용하다”고 전했다.

송파구에선 조합장의 ‘파격 공약’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며 급등세를 주도한 주공 5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76㎡(공급면적 112㎡)는 지난주까지 시세가 15억4000만~15억6000만원 선이었는데 이번주 들어 4000만원 내린 물건이 나오기 시작했다. 잠실 A공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매수자들이 망설이고 거래가 뜸해진 건 사실”이라며 “다음달 주공5단지 정비계획안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통과 여부가 변수가 되겠지만 당분간 약세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가격이 크게 올랐던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도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그동안 많이 올라서 자연스럽게 조정된 부분이 있긴 하다”며 “시장이 이미 소강상태에 들어갔는데 정부가 새로 규제책을 내놓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매수자들의 관망 장세가 이어지고 가격도 일부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시장은 이달을 고비로 꺾이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시장 전체 현상이 아닌 국지적 재건축 이상 급등과 분양시장 과열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설지연/문혜정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