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조기 교체 바람
한화·CJ그룹 이어 현대중공업, 한달 앞당겨 단행
권오갑 부회장 체제로
[ 김현석/장창민/주용석 기자 ]
재계 인사가 빨라지고 있다. 예년이면 임원 평가가 시작되던 10월에 주요 그룹 인사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저성장과 실적 부진을 극복하려면 연말 두 달을 쉬면서 보낼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7일 권오갑 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됐고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회사 측은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돼 인사를 조기에 했다”며 “세대교체를 통해 위기 극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작년에는 11월3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었다.
한화그룹은 지난 10일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리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CJ그룹도 지난달 13일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7일 중국법인 경영진을 물갈이했다. 이는 △저성장으로 인한 실적 악화 △4차 산업혁명 부상에 따른 세대교체 △오너의 경영 복귀에 따른 인사 정상화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랜 저성장으로 모든 기업의 위기감이 크다”며 “조기 인사와 쇄신 분위기로 돌파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SK그룹은 통상 12월 발표하던 사장단 인사를 다음달로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최태원 회장은 예년보다 2주 이른 지난 12~14일 CEO세미나를 열어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갑작스레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동빈 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롯데그룹도 조기 인사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예년과 같이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전망이다. 인사폭은 클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될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현석/장창민/주용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