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 경호원 ‘멱살잡이 사건'으로 기소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또 체면을 구기게 생겼다.4선의 한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질의도중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주고받은 몇마디 말이 빌미가 돼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한 의원은 자신의 질의도중 맞은편에 앉아있던 유 의원이 계속 웃고 있는 것에 신경이 쓰이자 “유 의원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돌발발언을 했다.정색한 유 의원은 즉각 ‘성희롱성'발언이라고 문제제기를 한데 이어 사과를 요구했다.
한 의원은 수차례 사과를 했지만 파장이 잦아들것 같지는 않다. 야당은 14일 교문위 국감개회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있을 수 없다"며 한 의원의 상임위 교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당사자가 느꼈을 모욕감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라면 ‘성희롱’여부에 대한 판단은 섣부르고 위험하다. ‘부적절'한게 분명하지만 한 의원이 무심코 던진 발언이 성희롱사건으로 번진 것은 협치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동료의식조차 실종된 여야 대치정국의 한 단면이다.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가 된 미르재단 K스포츠 설립의혹 등 증 光ㅕ첫?┯?놓고 교문위 소속 여야의원들이 정면충돌했다. 상임위 국감도 파행했다. 특히 야당의 17명의 증인요청에 대해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과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이 명시한 ’안건조정절차'카드를 꺼내들어 모조리 무산시킨 것은 갈등의 골을 키웠다. 같은 상임위 소속 두 선후배 의원간 ‘살벌 씁쓸한'싸움의 단초는 이런 대치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한 의원은 유 의원의 성균관대 4년선배이기도 하다.
대북강경발언으로 당내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최근 난타전도 뒷만이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일 국군의 날 경축사 발언을 놓고 박 비대위원장과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둘의 설전은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라”는 대통령의 발언후 박 위원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압박하는게 아니라 선전포고 아닐까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김 의원은 박 비대위원장을 ‘간첩’을 빗대어 비판한데 이어 “(박 의원이)왜곡과 선동으로 눈이 비뚤어졌다”며 공격했다. 김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녹내장 수술로 의안을 한 박 비대위원장은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하다. 박 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 의원에게 “제가 간첩이라면 잡아가야지 신고도 못하는 꼴통보수 졸장부가 있느냐”고 맞받았다.
둘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맞제소했다.
국회가 여야로 갈려 쟁점 안건을 놓고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막말과 몸싸움을 불사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틈求?
한 중진 의원은 “예전에도 많이 싸웠지만 회의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악수도 하고, ‘앙금’이 남을 만한 의원간에는 저녁 술자를 통해 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난 19대때부터 여야 의원간에는 밥도 같이 안먹는다”며 “여야간 협치의 공간조차 남기지 않을려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협치는 고사하고 정치를 희화화 시키는 여야간 강경대치는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더 빈번해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말기의 ‘레임덕(권력누수현상)’현상에다 내년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하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다.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없던일‘ 된 김재수 장관 해임안을 막장드라마를 불사하면서까지 밤을 새가며 처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장관임명전후로 한달여동안 여야 지도부는 혐상테이블에서 도대체 무엇을 했던 것일까. 사상초유의 여당발(發) 국정감사 보이콧사태에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정세균 의장 사퇴를 전제로 한 단식투쟁은 무엇을 남겼나.국민의 정치불신을 넘어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정치‘가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끝)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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