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게놈지도, 인간 유전자 비밀 풀까

입력 2016-10-14 17:05
NIE 포인트

인간 게놈 지도가 무엇인지를 토론해보자.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논의해보자.


[ 신동열 기자 ] 게놈지도(genome map)는 유전자의 숫자와 위치를 나타낸 것으로, ‘유전자 지도’라고도 한다.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성한 용어다. 인간의 유전정보는 23쌍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에 담겨 있다. 이 DNA에 담겨 있는 각각의 유전정보가 염색채 상에서 차지하는 위치 지도를 작성한 것이 인간의 유전자지도(게놈지도)다. 게놈지도는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기능의 분석을 가능케 함으로써 신약 개발과 의약기술에 활용가치가 매우 크다. 게놈지도는 일종의 ‘인간 설계도’다.

유전자의 위치와 기능을 알아낸다

유전자지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물리지도(physical map)다. 물리지도는 유전자 위치를 수학적인 거리의 개념으로 나타낸다. 또 하나는 유전지도(genetic map)다. 유전자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즉 게놈지도는 유전자가 어디에 위치하는지와 유전자의 위치가 변함으로써 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려준다. 인간의 23쌍 염색체는 약 30억 개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DNA의 이중나선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염기다. 염기의 배열 순서대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게놈지도는 30억개 염기의 순서를 밝힌 것이다. 인간 게놈프로젝트(HGP)는 2003년 4월 “인간 게놈지도를 99.99%의 정확도로 완성했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인간 게놈의 염기 숫자는 약 30억 7000만개, 유전자는 2만5000~3만2000개로 밝혀졌다. 앞서 2002년에는 인간과 유전자가 가장 닮은 침팬지의 게놈지도가 완성됐다. 쥐의 유전자는 2001년 2월에 완전히 해독됐다.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데는 DNA를 추출해 증폭하는 기술과 초고속 염기서열 분석기 등 특수 장비와 기술이 활용된다.

한국의 생명공학연구원, 영국의 생거연구소, 미국의 화이트헤드연구소 등에 따르면 침팬지의 염색체는 48개로 인간(46개)과 비슷하며 침팬지 게놈은 34억 개의 염기로 그중 98.77%가 인간과 같은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과 쥐의 유전자는 80%가 완전히 일치하고 99%가 서로 대응하는 유사한 나타났다. 생쥐와 인간은 각각 약 3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 불과 300개만이 서로 다르다는 얘기다. 신약을 실험할 때 생쥐가 주로 그 대상이 되는 이유다.

인간 질병의 원인 밝혀지나

게놈은 생물이 담고 있는 유전자의 염기 서열이고, DNA로 암호화되어 있는 유전자 전체를 뜻한다. 게놈지도는 DNA의 암호를 풀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 염기서열의 위치를 파악하고, 유전자의 기능을 정확히 규명해 이를 질병의 예방이?치료에 이용하자는 것이다. 특히 어떤 염기 서열이 유전병을 일으키는지를 알아내면 유전병 예방이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놈지도가 인류 ‘무병장수’의 꿈을 앞당기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한편에선 염기 서열이나 유전자의 구조 및 기능이 밝혀지면 부정적 요인도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태아의 염기 서열에서 유전병 요인이 발견되면 소중한 생명인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염기 서열이 인간의 우열을 가리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조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연구팀, ‘가장 완벽한’ 게놈지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표준 인간 게놈지도를 완성했다.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소장 서정주)와 바이오기업인 마크로젠은 지난 5일 “현존하는 유전체 정보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인간 유전체 지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환자의 유전자 정보와 표준 게놈 지도를 비교하면 개인별 유전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인 30대 남성의 DNA를 세계 최고 정밀도로 해독한 ‘한국인 표준 게놈지도’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네이처지는 이번 결과에 대해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인간 게놈지도”라며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 인종 고유의 유전정보를 확인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기존 게놈지도에는 해독이 불가능했던 190개 영역이 있었는데 이번 게놈지도에서는 그중 105개가 완벽하게 해독됐다. 서정주 교수는 “미국의 표준 게놈지도와 대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새로운 게놈지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의 백인 게놈지도가 인간 표준 게놈지도였으나 한국인과 같은 아시아인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