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노벨경제학상의 권위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수상자가 된 순간 전 세계 경제학계 스타로 떠오르게 되죠.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과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재테크 전략은 무엇일까.’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이런 궁금증에 답이 될 수 있을만한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에서 자신의 학문적 렌즈로 일상을 들여다 본 학자들이 꽤 있다는 이유에서죠. 그들의 논리와 학문적 성과를 노후 준비에 의미있는 조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표적으로 몇명을 꼽았습니다. 다니엘 카너먼(2002년, 행동경제학으로 수상), 로버트 머튼(1997년, 금융자산의 가격결정이론으로 수상), 윌리엄 샤프(1990년, 재무관리이론으로 수상) 등입니다.
일단 다니엘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를 보겠습니다. 그는 경제학에 사람의 마음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의 개척자이자 아버지로 불립니다. 갈수록 빨라지는 고령화 시대에 누구나 노후 준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할 겁니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충분히 노후 준비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노후 준비를 할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을 수도 斂? 노후 준비 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으로 해석하자면 미래 보다 현재의 손익을 중요하게 여기는 심리적 편향이 있어서라고 할 수 있죠.
미래와 현재가 싸우면 현재가 이기게 될 확률이 높은 겁니다. 노후 준비 자금은 짧아도 10~20년 후에야 필요합니다. 그래서 노후 준비를 위해선 ‘돈을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이 필요합니다. 은퇴에 대비한 자금을 자동이체 해두고 없는 돈으로 여기란 말입니다.
로버트 머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어릴 적부터 주식에 관심이 많던 수학 천재로 불립니다. 1998년 세계를 금융위기의 공포로 몰아넣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그입니다.
그는 1994년 당시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LTCM 설립에 참여했죠. 그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만든 파생상품 가치 측정 공식을 현실에 접목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실제 53세의 나이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1997년 LTCM은 41%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LTCM의 파산으로 노벨경제학상의 권위까지 흔들렸답니다.
70세가 훌쩍 넘은 그의 새로운 관심사는 재무설계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 재무설계 관련 강의를 다니기도 한답니다. 그는 재무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투자 목표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기고문에 등장하는 “저축에 관한 우리의 접근은 모두 틀렸다. 우리는 순자산(net worth)이 아닌 월소득(monthly income)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핵심을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은퇴 시점에 얼마가 필요할까라는 목표 대신 은퇴 이후 매월 얼마의 소득을 어떻게 마련할까라는 목표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윌리엄 샤프 스탠퍼드대 교수를 볼 수 있습니다. 샤프 지수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겁니다. 샤프 지수가 높을수록, 해당 펀드는 위험(변동성) 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는 이 샤프 지수를 만든 사람입니다. 1964년 자본자산 가격결정모형(CAPM)을 발표해 금융학계의 거장이 됐죠.
핵심 원리는 일반적으로 투자위험이 커질수록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흔히 재테크 전문가들은 노후 준비를 위해 더 저축하고, 은퇴 시기를 늦추고, 투자 수익률을 높이라고 말합니다. 알더라도 쉽지 않은 조언이기도 합니다.
노후 자금을 정기예금 등 금리 상품으로만 운용하기보다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 투자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투자 수익을 추구하다 보면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합니다. “분산하라.”
정나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노후 준비 관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경제 이론과 조언 등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노후 자금은 자동이체 시킨 뒤 잊어라. 매월 창출할 수 있는 소득을 고민하라. 금융시장에 투자해 노후 자금의 수익률을 높여라.”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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