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단종 이후] 배터리 결함이냐, HW·SW 복합 오류냐…삼성 "끝까지 원인 밝힐 것"

입력 2016-10-12 18:21
갤노트7 발화 원인 도대체 뭘까

복합 오류 땐 경우의 수 많아 규명에 난관
미국 CPSC 이번주 발표 조사 결과 '주목'


[ 안정락 / 남윤선 기자 ] 삼성전자가 잇따른 발화 사고로 갤럭시노트7을 출시 54일 만에 단종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글로벌 리콜을 발표할 당시 배터리 자체 결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문제로 지적된 제품은 삼성SDI가 제조한 배터리였다. 이후 삼성전자는 배터리 공급 업체를 중국 ATL로 일원화했고,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된 갤럭시노트7 신제품을 공급했다. 하지만 새로운 갤럭시노트7에서도 발화 사건이 이어져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배터리 전문가들은 전원관리칩(PMIC)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복합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시뮬레이션을 통해 발화 원인을 밝혀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 자체 결함인가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서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은 배터리 모서리 부분의 설계 오류”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모서리의 곡면부에 대한 설계 값이 누락돼 모서리가 과하게 둥글게 제작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충전할 때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 등을 층층이 쌓은 ‘젤리롤’이 살짝 부풀어 오르는데 이것이 모서리에 닿으면서 분리막 파열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분리막이 찢어지면 음극재와 양극재의 접촉이 일어나면서 불이 붙는다.

그러나 모서리 설계 문제는 삼성SDI 배터리에만 해당하는 문제여서 ATL 배터리로 교환한 갤럭시노트7 신제품의 발화 원인은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전문가인 박철완 전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ATL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에서도 발화 사고가 난 것은 단순한 배터리 문제가 아님을 증명한 것”이라며 “전력 반도체를 포함해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배터리 결함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 교수는 “배터리 용량을 높이려고 분리막을 얇게 만들다 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충전 등으로 배터리가 부풀어오를 때 여유 공간이 없어 눌리면서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원 관리 문제 가능성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가 추가로 발견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제품의 결함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기존 갤럭시노트7 발화와는 다른 형태의 발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이 복합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한 충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며 “충전량이 어느 정도 이상 올라오면 충전 속도를 낮춰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배터리가 과열되고 폭발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BMS 오류일 수도 있지만 배터리 상태를 전달하는 회로기판의 문제일 수도 있다”며 “전원 관리 알고리즘 설계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홍채 인식, S펜(스타일러스펜) 등 갤럭시노트7의 새로운 기능들이 기존 스마트폰에 비해 전력 소모를 크게 만들었다”며 “내부 전력 이동량이 커지면서 이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도 이번주 안으로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당국 조사관들이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으로 지난 리콜 때와는 다른 배터리 결함을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정락/남윤선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