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겨울을 준비하라"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입력 2016-10-10 17:34
창립 64년 기념사 "방심 말고 긴장 끈 조여라"
금춘수 경영기획실장 부회장 승진

50대 '젊은 피' 사장단 인사
조현일 법무팀장, 사장 승진…글로벌 역량·전문성에 방점
불확실한 경영환경 선제 대응


[ 안대규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이 그룹 창립 64주년을 맞아 ‘젊은 한화’를 선언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젊은 피’ 수혈과 내부 조직혁신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회장은 10일 창립 기념사에서 “여름에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평온할 때도 위태로울 때를 생각해야 한다”며 “올해 그룹은 양호한 경영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세부지표를 보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겉으로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일 때일수록 방심하지 말고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의 지난 64년이 과감하고 혁신적인 결단의 연속이었던 것처럼 기업 연륜을 쌓아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창업시대의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안에 있는 ‘젊은 한화’를 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생 대표이사로 세대교체

한화그룹은 이날 국내 대기업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사장단 인사도 단행했다. 그룹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조현일 그룹 경영기획실 법무팀장(부사장)은 사장으로, 한화첨단소재 대표이사인 이선석 전무는 부사장으로 각각 올라갔다. 한화그룹은 또 (주)한화 무역부문 대표이사에 이민석 한화케미칼 전무, 한화테크윈 시큐리티부문 대표이사에 이만섭 전무, 한화63시티 대표이사에 김광성 한화생명 상무 등을 각각 선임했다. 한화그룹은 “2017년 사업계획의 조기 수립과 함께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고자 일부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글로벌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피’ 수혈이란 게 한화 측 설명이다. 금춘수 부회장은 2014년 삼성과 한화 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한화그룹의 성장 기반인 화학, 방산, 태양광 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 부회장이 그룹 경영기획실장(사장)으로 부임한 2014년 한화그룹의 재계 순위는 10위였지만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한진그룹을 제치고 8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전문가로 세계일류 도약”

금 부회장 외에 다른 승진자들은 모두 1960년대생으로 사장으로선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모두 국제적인 영업 감각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첨단소재 대?鵑瑛?이선석 부사장은 미국과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유럽과 멕시코 등에서 신규 해외법인을 성공적으로 설립해 해외 시장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화테크윈 시큐리티부문 대표이사가 된 이만섭 전무는 (주)한화에서 파워트레인사업부장으로 미국 시장을 개척한 경험이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시큐리티사업 특성상 세계 시장 확장의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화 무역부문 신임 대표이사가 된 이민석 부사장 역시 글로벌 역량과 치밀한 업무처리가 강점이다. 한화63시티 대표이사가 된 김광성 전무는 모기업인 한화생명에서 부동산 관리와 영업부문의 전문성을 쌓았다.

최근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계에선 연말 임원 인사를 앞당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7일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인사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7일 중국법인 경영진을 물갈이하는 등 연말 사장단 인사의 예고편 인사를 단행했다. LG그룹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 따라 오는 11월 예정된 인사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12~14일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인사 원칙과 방향, 교체 폭이 정해질 전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