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상장 계획 한달 연기

입력 2016-10-10 17:33
기관 수요예측 기대 밑돌아

두산인프라코어 주가 급락


[ 이태호 기자 ]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밥캣이 오는 21일로 잡았던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한 달 정도 미루기로 했다.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한 결과, 공모가격이 기대 수준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소형 건설기계업체인 두산밥캣은 10일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여건 등을 고려해 공모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두산밥캣은 100% ‘기존 주주 보유주식 공모(구주매출)’ 방식으로 4898만주를 주당 4만1000~5만원에 공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다수가 희망 공모가 하단에도 크게 못 미치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밥캣은 공모 규모를 줄이고 희망가격도 낮춰 상장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전체 발행주식 수의 48%에 달하는 물량을 모두 팔기엔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갤럭시제일차 등 발행주식의 22%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들과 구주매출 축소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18일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번주 증권신고서를 새로 제출하고 다음달 초 수요예측을 하는 다소 빡빡한 일정이다.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을 공모할 때 재무제표 결산 시점(6월 말)으로부터 135일 이내에 청약대금 납입을 마쳐야 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을 따르기 위해서다.

두산밥캣의 상장 연기 소식에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이날 7.22% 떨어진 7200원으로 마감했다. 다음달 상장을 마치더라도 기대한 만큼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보유 두산밥캣 주식(지분율 66%)의 3분의 1을 팔아 1조원 안팎의 현금 유동성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보유 지분 11% 가운데 4%를 내놓을 예정이던 두산엔진 주가도 3630원으로 10.59% 급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두산(A-), 두산중공업(A-), 두산엔진(BBB+), 두산인프라코어(BBB0)의 회사채 신용등급과 두산건설의 기업어음(B+)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이길호 한신평 평가위원은 “두산그룹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인 두산밥캣의 상장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밥캣 상장으로 두산그룹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험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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