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DS] 바티스타, '배트플립'도 '주먹'도 없었던 최고의 복수

입력 2016-10-10 14:30


최고의 복수는 승리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텍사스 레인저스를 꺾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챔퍼인십시리즈(ALCS)에 진출했다.

블루제이스는 10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3차전에서 연장 10회 말 6 대 6 상황에 끝내기 득점으로 ALCS 티켓을 따냈다. 블루제이스는 이날 승리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8개팀 가운데 가장 먼저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추신수는 2차전에 이어 3차전에도 결장하며 가을야구를 마쳤다.



홈런을 2개씩 주고받은 양팀의 승부는 연장에서 갈렸다. 텍사스의 연장 10회 초 공격은 허무하게 끝났다. 반면 토론토는 연장 10회 말 선두 타자 조시 도널드슨이 2루타를 기록하며 끝내기 찬스를 만들었다. 후속 타자 에드윈 엔카나시온이 고의사구로 출루한 무사 1, 2루 기회에서 ‘문제의 남자’ 호세 바티스타는 삼진으로 돌아섰다. 이어 러셀 마틴마저 유격수 땅볼을 기록해 병살타로 이닝이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텍사스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의 악송구가 나왔다. 1루수 미치 모어5弱?빠진 공을 잡는 사이 3루 주자 엔카나시온이 홈으로 쇄도했다. 모어랜드가 홈으로 송구했지만 도널드슨 먼저 홈 터치를 하면서 로저스센터는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텍사스 벤치에서 어필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2년 연속 ALDS에서 맞붙은 두 팀의 승부는 토론토의 3 대 0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기대보다 싱거웠다. 지난 시즌 두 팀의 승부는 혈전 그 자체였다. 텍사스가 2연승으로 먼저 기세를 올렸고 토론토 역시 2연승으로 반격했다. 토론토는 홈에서 열린 최종 5차전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만들며 ‘2연패 뒤 3연승’ 기적을 연출했다.

당시 5차전에서 남은 앙금 때문에 올 시즌 두 팀의 ALDS는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즌 중엔 주먹다짐까지 했다.



문제는 2015 ALDS 5차전 7회초 추신수의 타석에서 시작됐다. 토론토 포수 마틴이 투수 에런 산체스를 향해 던진 공이 타격 준비동작을 취하던 추신수의 방망이에 맞은 것이다. 공이 토론토 내야에 구르는 동안 3루 주자 오도어가 홈을 밟으며 텍사스가 3 대 2로 역전했다.

심판진은 ‘볼 데드’를 선언했다. 하지만 텍사스 벤치에서 강력하게 항의하자 판정은 MLB 사무국으로 넘어갔다. 사무국은 오도어의 득점을 인정했다. 토론토 벤치가 항의했지만 판정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로저스센터는 과열됐다. 오물을 투척하는 관중까지 있었다.

돔 구장 만원관중의 야유는 텍사스를 위축되게 했다. 텍사스 내야진은 뭔가에 홀린 듯 3연속 실책으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끝내 동점을 내줬다. 흔들리지 않던 에이스 콜 해멀스도 이 과정에서 강판됐다.

그리고 이어진 바티스타의 타석. 그는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3점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문제의 ‘배트 플립(홈런을 친 타자가 방망이를 던지는 세리머니)’도 이 순간 나왔다. 바티스타는 텍사스 벤치를 노려보며 배트를 던진 뒤 홈런을 자축했다. 홈런을 허용한 샘 다이슨이 엔카나시온과 벤치 클리어링을 벌이기도 했지만 분위기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승부도 그대로 끝났다.

텍사스는 굴욕을 뼈에 새겼다. 그리고 바티스타에게 복수했다. 올 5월 16일 열린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주먹으로 갚아줬다. 바티스타가 2루로 쇄도하며 거칠게 슬라이딩 하자 2루수 오도어가 그에게 강펀치를 날린 것이다. 바티스타의 눈동자가 풀리고 고글이 벗겨질 만큼 강한 펀치였다. 오심 시비 당시 역전 주자와 홈런 타자 간의 충돌이기도 했다. 곧 양팀 선수들이 2루 베이스 위에 모여 난투극을 벌였다. 8명이 퇴장당했고 오도어에겐 8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토론토도 설욕을 다짐했다. 하지만 물리적 복수는 아니었다. 바티스타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가진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텍사스전에 야유 받을 각오 정도는 하고 있다” 면서 “복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티스타의 다짐대로 토론토는 ALDS에서 최고의 복수에 성공했다. 악연의 당사자인 바티스타는 1차전에서 홈런을 기록했다. 다만 이번엔 배트를 던지지 않고 조용히 내려놨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바티스타는 “선수 생활 중 결정적 홈런이 몇 개 있었지만 배트를 던진 것은 한 번에 불과하다”며 “99.9%는 조용히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부터 자유계약(FA) 선수가 되는 바티스타는 올 시즌 116게임에 출전해 타율 0.234, 99안타 22홈런 69타점을 기록했다. 바티스타는 9회 이후 동점 혹은 역전을 만드는 ‘클러치 홈런’을 통산 11번 기록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폴 골드슈미츠와 함께 메이저리그 역대 1위 성적이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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