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너 몰리자…위키리크스, 힐러리 이메일 폭로
친월가 발언 등 공약과 달라…백악관 "러시아가 배후"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미국과 러시아 정부가 각당 후보를 편들며 충돌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러시아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각각 지원한다는 가정 아래 서로를 견제하는 구도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지난 7일 존 포데스타 클린턴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 캠프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메일 등을 포함한 총 2060건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클린턴 후보에게 타격이 될 수 있는 월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액 비공개 강연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클린턴은 2013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주최 행사장에서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이 있다”고 말했다. 또 도이치뱅크에서 비용을 지급해 2014년 열린 한 행사에서는 “금융 개혁은 업계 자체에서 해야 한다”고 각각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클린턴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부자 증세, 월가 개혁,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다른 발언들로 TV 토론 과정에서 트럼프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위키리크스의 이메일 폭로는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의 ‘음담패설’을 공개하고, 미국 국토안보부와 국가정보국(DNI)이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비판한 직후 나왔다. 포데스타 본부장은 이메일과 관련, “어떤 문서가 진짜고 가짜인지 가려낼 시간이 없다”며 “선거를 트럼프 쪽으로 몰고 가려는 러시아인들에 의해 해킹당하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미 국토안보부도 “러시아가 미 대선 개입의 목적으로 DNC를 해킹해 자료를 위키리크스, 구시퍼 2.0 등에 제공하고 있다”며 “해킹 방법과 의도 등을 볼 때 러시아 최고위 관리만 승인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