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2주년 특별기획
[ 박준동 기자 ]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횡포가 ‘갑질 논란’으로 사회문제화된 것은 2013년이다. 그해 ‘포스코에너지 라면 상무’ 사건과 ‘남양유업 막말’ 파문이 잇따라 터졌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7가지 갑질을 돌아봤다.
(1) 포스코에너지 라면 상무
2013년 4월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가는 대한항공 기내. 비즈니스 석에 탄 포스코에너지의 왕모 상무는 식사로 제공된 밥이 맘에 안 든다며 라면을 끓여 달라고 요구했다. 여승무원이 라면을 내오자 “덜 익었다” “짜다”며 몇 차례나 라면을 다시 끓여오라고 했다. 그는 도착 1시간 전 라면을 다시 끓여오지 않는다며 잡지로 여승무원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2) 남양유업 영업관리소장의 막말
2013년 5월4일 유튜브에 한 음성 파일이 올라왔다. 34세의 남양유업 영업관리소장이 아버지뻘 되는 하청 대리점주(56)에게 물건을 받으라고 강요하며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 내용이었다. 소장은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따위 소리 하지 말고. 죽여 버리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를 계기로 대리점의 불공정 행위를 막는 이른바 ‘남양유업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안)이 제정됐다. 오는 12월23일 시행된다.
(3) 땅콩 회항
2014년 12월5일 미국 뉴욕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려는 대한항공 기내.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한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여성 객실승무원이 견과류를 제공하자, 조씨는 ‘승객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봉지째(접시에 담지 않고)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승무원을 질책했다. 조씨는 사무장과 해당 승무원을 불러 무릎을 꿇렸다. 조씨는 회항을 지시해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46분 늦게 출발했다.
(4) 백화점 직원 무릎 꿇린 모녀
2014년 12월27일 경기 부천의 한 백화점에서 일어났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주차를 잘못한 중년 여성에게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이 차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 여성은 딸이 오지 않았으니 조금 뒤에 빼겠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자리를 떠나며 몸을 풀기 위해 복싱 자세로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이를 본 모녀가 아르바이트생을 불러 주차장 한복판에 무릎을 꿇리고 호통을 쳤다. 다른 아르바이트 壎湧?오자 다 같이 무릎을 꿇렸다.
(5) 대기업 오너의 운전기사 폭행
마산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의 운전기사 A씨는 김 회장으로부터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지난해 12월22일 폭로했다. A씨가 공개한 녹취파일엔 “코스를 몰라? 네 ×로 보이나 내가. 더러운 ××, 코스 모르면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인마. 미친 ×××야. 나 너한테 사기 많이 당했다” 등 김 회장의 욕설로 가득 찼다. A씨는 “지난 10월엔 급소를 걷어차여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도 운전기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 등으로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6) 부하 검사 자살로 내몬 부장 검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근무하던 30대 초반의 김모 검사가 지난 5월19일 자살했다. 김 검사는 생전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지인들에게 직속 상사인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 때문에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토로한 것이 전해지면서 여론의 분노를 샀다. 법무부는 부장검사를 해임했다.
(7) 아파트 경비원 담뱃불로 지진 입주민
지난달 19일 새벽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이모씨(53)는 아파트 경비원 차모씨(24)의 얼굴을 때리고 담뱃불로 화상을 입혔다. 차씨가 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던 이씨에게 조용히 통화해 달라고 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씨는 “나이 어린 하찮은 경비원이 참견·지시한다”며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2014년 10월7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선 아파트 주민에게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경비원 이모씨가 자살을 기도한 舅?발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