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사 '콕 찌르기'] (36) TV와 기술진화

입력 2016-10-07 16:43
장원재 박사의 '그것이 알고 싶지?'

"안 볼 수 없을 것" TV 절대권력은 옛말
기술진화…휴대폰·인터넷·케이블이 대세


TV는 권력이었습니다. 동영상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에게 실시간으로 전파하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제1세대 TV는 지상파(ground radio wave)를 활용했습니다. 지상파는 전파의 범위가 한정적입니다. 다시 말하면, 각 나라 별로 서넛의 한정된 방송사업자만이 방송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근본적으로 ‘희소한 자원’이었기에 권력 권한 영향력이 막강했습니다. 시청자들은 누군가가 혹은 어떤 사건이 ‘TV에 나왔다’는 사실 자체를 ‘엄청난 경쟁을 뚫고 선정되었다’ 다시 말하면 ‘공신력을 획득했다’라고 인식했습니다. 구조적 독점(獨占)과 과점(寡占)을 통해, TV는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영원한 권력으로 보인 TV

방송국의 독과점이 허물어진 최초의 사건은 홈비디오의 발명(1975)입니다. ‘방송편성표’, ‘편성권’은 지금도 널리 쓰이는 용어입니다만, 사회적 어의(語義)는 많이 달라졌습니? 홈비디오의 발명 이전에는 시청자는 완벽하게 수동적인 존재였습니다.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방송국이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방송국이 보여주고 싶은 시간에 전송하면 모든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황금시간대’에 어떤 프로그램을 배치하느냐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지닌 행위였습니다.

홈비디오가 나오면서 시청자들의 시청행태가 살짝 변했습니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녹화했다가 자기가 보고 싶은 시간에 재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홈비디오 출현…흔들리는 독점

‘홈비디오’로 촬영한 영상을 지상파가 방송한 것도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방송국의 ‘편집 및 기술적 재가공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일반인이 영상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방송 촬영장비는 일반인이 구입할 수 없는 고가의 상품이었습니다. 훈련을 받은 극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사용하는 물품이었습니다.

홈비디오로 찍은 영상은 개인적인 추억을 재생하는 ‘움직이는 사진첩’ 정도의 의미밖에는 없었습니다. 개인촬영 영상이 널리 퍼지지 못한 까닭은 자명합니다. 영상을 전파하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방송을 원하는 지역에 송신탑과 송신소를 세우고 이를 유지 보수해야 하는데, 이것은 어지간한 사업자라도 운영이 쉽지 않은 규모의 일입니다.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은 본디 지리적 여건이나 기타 난점 탓에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기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위한 대안으로 발명된 것입니다. 이 기술이 독자적으로 진화하면서 방송국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채널의 숫자가 3~4개에서 수 십 개, 수 백 개로 늘어난 것입니다. 시청자의 소비자 선택권이 늘어나면서 지상파의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들었습니다. TV에도 소수를 위한 마니아 시장이 생겨난 것입니다. 물론 방송국의 규모, 예산 및 수익, 전문 인력의 확보율 등에서 여전히 지상파는 영상매체의 정점에 자리합니다.

1인 촬영·편집 시대

휴대전화기와 인터넷은 TV의 지형도를 다시 한 번 바꾸어 놓았습니다. 지금은 평범한 시민이 별다른 전문기술을 익히지 않고도 얼마든지 동영상을 촬영하고 전파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커다란 방 하나를 가득 채웠던 ‘영상 편집기’가 개인용 컴퓨터의 일개 프로그램으로 들어왔습니다. 불특정다수에게 동영상을 전파하는 비용도 사실상 0에 가깝습니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무너졌기에, 독창적 개인이 자기의 아이디어만으로 얼마든지 동영상을 제작하고 전파해서 자신의 생각을 널리 알리고 나아가 수익을 올리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동영상 시장은 이제까지 일방 통행형 매체가 장악한 시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쌍방향 소통(interactive communication)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문명사적 대사건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닌 사회적 의미는 다음 칼럼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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