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기업 키우고 세상 바꾸는 '친절의 힘'

입력 2016-10-06 17:36
카인드 스토리

대니얼 루베츠키 지음 /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376쪽│1만6000원


[ 최종석 기자 ] 로스쿨 졸업 후 작은 식품 수입회사를 운영하던 대니얼 루베츠키는 장거리 달리기를 좋아했다. 약 30㎞를 달린 뒤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몸에 좋으면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간식을 찾았지만 지나치게 가공되고 탄수화물이 많으며 설탕이 듬뿍 들어간 것뿐이었다.

영양이 풍부하면서 맛있는 간식을 직접 개발하기로 한 그는 인공첨가물을 섞거나 재료를 으깨 반죽 덩어리로 생산하는 기존의 스낵바 제조 방법에서 탈피했다. 통견과류와 씨앗, 과일 등의 자연 성분을 그대로 살려서 꿀로 혼합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친절한 제품이라는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을 카인드(KIND)라고 지었다. 카인드는 10년 동안 자연식품 매장을 중심으로 조용히 명성을 얻었다. 2004년 약 200만개이던 판매량은 2014년 4억5800만개로 급증,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낵 기업이 됐다.

루베츠키가 쓴 《카인드 스토리》는 그의 성공담이자 사회적기업가로서 경영 원칙을 소개한 책이다. 카인드가 유명해진 것은 성장 속도와 함께 사회적기업으로서의 활동 때문이다. 그는 사회적 캠페인 ‘카인드 무브먼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친절한 영감을 불어넣으려 애썼다. 친절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 선물로 카인드 스낵 바 묶음을 줄 수 있도록 설계한 ‘카인드 오섬 카드’, 카인드의 보조금과 후원으로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카인드 코즈’ 등의 프로젝트를 벌였다. 100만명 이상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카인드는 ‘그리고(and)’를 브랜드 철학으로 삼는다. 그 핵심은 선입견에 도전하고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낮은 위험에 안주하지 않고, 기꺼이 모험을 무릅쓰고, 이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맛있는, 간편하고 몸에 좋은,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방식을 추구한다. 서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모순된 목표를 ‘그리고’로 묶어 성취하려 노력한다는 것. 저자는 “이런 사고는 서로 긴장관계에 있는 목표들을 발견하도록 우리를 압박한다”며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시장의 빈 공간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루베츠키는 ‘그리고’ 이외에 목적, 끈기, 진실과 원칙, 단순함을 유지하기, 독창성, 투명성과 진정성 등 카인드의 경영철학을 뒷받침하는 9가지 핵심 원칙을 소개한다. 카인드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파격적인 투명 포장지를 사용했다. 견과류와 과일을 소비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 불투명한 포장지에 이상적으로 연출한 이미지와 강렬한 색을 입히는 대부분의 스낵 바와 달랐다. 제품 이름도 블랙 포리스트 슈프림(black forest supreme)과 같이 디저트나 달콤한 음식의 이미지를 연상하는 과장된 단어를 쓰지 않고 초콜릿 체리 캐슈(chocolate cherry cashew)처럼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루베츠키는 왜 기업 이름을 카인드로 지을 만큼 친절함을 강조할까. 홀로코스트를 겪은 그의 유대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설명한다. 독일군 점령하의 리투아니아에서 살던 할아버지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친절하게 대함으로써 그의 도움으로 총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굶어 죽어가던 아버지는 썩은 감자를 던져준 나치 간수의 친절함 덕분에 죽음을 면했다.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친절함의 힘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사회를 바꿀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