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 재산을 맡기고 싶다면…

입력 2016-10-06 09:14
수정 2016-10-06 14:38


(김은정 금융부 기자) 고령화와 함께 커지고 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반려동물 시장입니다.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죠. 빠른 속도의 고령화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고령자도 늘고 있습니다. 물론 1~2인 가구 증가도 반려동물 시장을 키우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요.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지난해 기준 1조8000억원 정도입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000만명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고요. 2020년이면 이 시장이 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 반려동물 시장의 모습을 미리 엿보고 싶다면 일본을 살펴봐도 좋을 듯 합니다. 한국보다 앞서 빠른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해 관련 창업 분야도 다양해졌답니다.

일본은 2013년 동물애호관리법을 개정해 반려동물을 죽을 때까지 책임지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새로운 사업이 잇따라 등장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노령 반려동물 위탁 관리 센터, 동물 유치원, 동물 병원, 반려동물 장례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중 펫신탁(pet trust)은 눈 여겨 볼만한 새로운 사업 부문입니다. 고령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망한 후 남겨질 반려동물을 걱정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일본 금융회사들은 이런 고령자들의 우려를 발 빠르게 사업화했습니다.

펫신탁은 반려동물신탁이라고도 불립니다. 반려동물 주인(수탁자)이 사망하거나 병에 걸려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본인 사망 후 반려동물을 돌봐 줄 새로운 주인(수익자)에게 사육에 필요한 현금이나 부동산 등의 자금을 설정하는 신탁계약입니다. 법률상 동물 앞으로는 직접 유산 상속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 겁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일단 현재 반려동물 주인은 자신을 대표로 하는 관리회사를 세웁니다. 반려동물에 남기고 싶은 재산을 사전에 관리회사로 옮겨 놓죠. 현재 주인은 본인 사망 후 반려동물을 맡게 될 새로운 주인을 수익자로 하는 유언서를 작성합니다. 반려동물 사육을 위한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겁니다. 유산을 일반 재산과 분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관리회사는 새로운 주인이 제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신탁감독인을 두고 관리하게 됩니다. 새로운 주인이 반려동물을 사육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변호사나 행정사 등을 두고 사육 상황을 점검하고 감독합니다. 신탁관리인은 변호사나 행정사가 하기도 하지만 동물보호 관련 단체도 할 수 있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아직 한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신탁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지 않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시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황원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고령 금융소비자들의 수요를 감안한다면 틈새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고령 고객 관리 강화 차원에서 펫신탁을 연계해주는 회원제 서비스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じ5㏈횔燻者맨瘟?공동으로 보험을 활용한 펫신탁 상품인 안심지원신탁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기존 안심지원신탁에 반려동물에 유산을 남기는 펫신탁을 접목한 상품입니다.

반려동물 주인이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신탁계약을 맺으면 주인이 사망한 뒤 새로운 주인에게 사육비 명목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인구 구조와 금융 환경이 하루가 달리 빠르게 변화하면서 과거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듯 합니다. 금융회사들에는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겠죠.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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