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현재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사할린을 거쳐 일본 홋카이도까지 연장하자는 제안을 일본 정부에 내놨다는 산케이신문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가 러·일 간 영유권 분쟁지역인 쿠릴 4개섬 협상과 연계한 경제협력 구상 차원에서 이같이 요구했다는 것이다. 대신 러시아는 일본에 4개섬 중 하보마이와 시코탄 2개 섬을 반환한다고 한다. 양국 간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면 동북아 정치지형은 적지 않은 변화를 맞게 되고 한국의 대륙 구상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번 러시아의 제안은 단순한 철도 문제가 아니다. 부동항 확보와 극동지역 개발을 노리는 러시아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일본의 지정학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구나 철도연결 아이디어는 그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2011년 “시베리아 철도를 일본 화물로 가득 채울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12월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대규모 경제협력 패키지로 영토문제 협상에서 큰 진전을 끌어내려 한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일본은 크림반도 문제로 인한 대(對)러 제재와 쿠릴 4개섬 반환 협상을 분리한다는 방침을 미국에 전해 이미 양해를 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아베의 노련한 외교술을 타고 러·일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시베리아 철도와 한국 철도망 연결 등을 내세우며 대륙 문제에 접근해왔던 한국으로선 빈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극동은 한국과 러시아를 이어주는 물류 대동맥”이라며 도로 항만 등 극동지역 인프라 확충을 제안한 바 있다. 북한 핵에 가로막힌 한국으로서는 다른 대안도 없다. 대륙 구상이라는 것 자체가 내용 없는 정치적 구호로 기능해온 면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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