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면·바나나맛…유행의 탄생 '세 박자' 맞았다

입력 2016-10-04 18:32
(1) 익숙한 요소 새롭게 조합
허니버터칩·바나나맛 파이, 약간 다른 맛 가미해 성공

(2) 소비 타이밍 맞아야
"1000원 이상 라면도 OK"…부대찌개면 5년 만에 돌풍

(3) 대부분 1등 업체 주도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쉬워…짜왕 등 마케팅 영향 한몫


[ 노정동 기자 ] 부대찌개라면은 5년 전 나왔다. 팔도가 가장 먼저 내놨다. 농심도 뒤이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얼마 후 라면회사들은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실패한 제품을 지난 8월 농심이 다시 들고 나왔다. 이번엔 달랐다. 출시 50일 만에 100억원어치가 팔렸다. 라면시장 1위인 신라면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뚜기 등이 내놓은 제품도 선전하고 있다. 5년 전과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익숙함과 가격 저항선 붕괴 등을 키워드로 설명한다. 바나나맛 파이, 허니버터칩 등 히트상품도 비슷한 유행의 공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불맛을 더하다

농심 관계자는 “5년 전 나온 부대찌개라면의 맛은 사실 짬뽕라면과 비슷했다”고 했다. 말은 부대찌개면이었지만 오래 전 나온 짬뽕라면과 비슷해 차별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나온 제품에 대해서는 “불맛을 더하고 소비자들이 식당에서 먹는 부대찌개와 가장 비슷한 맛을 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차이로 꼽은 게 불맛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불맛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라고 한다. 인류가 오랜 세월 음식을 불에 익혀 먹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불맛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불맛 나는 짬뽕, 직화구이의 인기도 그 영향이다. 농심은 여기에 부대찌개라는 또 다른 익숙한 맛에 가깝게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유행은 수면 아래 있던 소비자의 욕구를 특정 제품이 만족시키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경향이 있다”며 “유행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대중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수의 취향만을 만족시키는 특이한 제품은 유행으로까지 번지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진화심리학 전문가들은 새로운 맛을 기피하는 현상을 ‘네오포비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라면의 가격 저항선이 무너진 것도 부대찌개라면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2011년 ‘팔도 놀부부대찌개라면’은 900원이었다. 당시 신라면 가격인 760원은 가격 저항선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나온 짜왕 진짬뽕 등의 가격이 1500원 정도였다”며 “이들 프리미엄 중화풍 면이 라면에 대한 가격 저항선을 무너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나온 농심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은 편의점 기준 가격이 1500원이다.

◆요소는 식상, 조합은 신선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심리는 다른 품목의 유행에서도 나타난다. ‘허니 열풍’과 ‘바나나맛 유행’도 소비자가 익숙하게 느끼는 맛에 약간의 변형만 가해 성공한 경우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끈 것은 단맛과 함께 감자칩 모두 사람들이 많이 먹어본 품목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소는 익숙하지만 조합은 새롭다는 느낌을 소비자들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단맛 감자칩이 아니라 다른 종류였다면 유행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허니’ 시리즈로 나온 ‘미투 제품’들이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사라진 이유다.

바나나맛 초코파이 등도 국민들이 42년간 먹은 파이를 바탕으로 약간의 다른 맛을 가미한 경우다.

업계 1위 업체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1위 업체는 다른 기업보다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쉽다. 지난해 라면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중화풍 라면, 부대찌개면 유행은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주도하고 있다. 바나나맛 파이 열풍도 1위인 오리온이 이끌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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