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 관광 돈 쓸 곳이 없다
급성장하는 일본 관광시장
아베 "관광은 성장전략의 큰 기둥…지역 활성화 위한 비장의 카드"
도쿄 영빈관 등 아름다운 공공시설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
작년 여행수지 1조1200억엔 흑자…60억달러 적자 낸 한국과 대조적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도쿄 아카사카에는 영빈관이 있다. 외국 정상이나 국가 귀빈이 주로 묵는 곳이다. 일본 유일의 네오바로크 양식 건물로 1909년 지어졌다. 멋들어진 외관에 실내 구석구석 정성이 드리워져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을 언제든지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40년간 매년 8월 딱 열흘간만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외국 정상이 주로 묵는 만큼 일반인에겐 범접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이곳이 연중무휴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은 지난 4월19일부터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의지에서였다. 이처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은 매섭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관광대국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중국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 비자 완화와 저비용항공사(LCC) 증편, 크루즈 유치 확대 등 하늘길과 바닷길을 대폭 확대했다. 외국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2014년 3월 말 5700여개이던 면세점을 4월 3만5200여개로 6배 이상 늘렸다.
이런 노력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1974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 8월까지는 1605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4.7%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 11월께 20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아베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2년 836만명에서 2.4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른 수입도 급증세다.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일본에서 쓴 돈은 3조4771억엔으로 전년보다 71.5%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만 1조8838억엔을 썼다. 이 덕분에 지난해 일본 여행수지는 1조1217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53년 만에 첫 흑자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60억달러 이상 적자를 낸 한국과 대조된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일본 정부의 구상은 원대하다. 지난 3월 아베 총리가 의장으로 있는 ‘내일의 일본을 지탱할 관광비전구상회의’는 2020년 4000만명, 2030년 6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외국인 소비 목표도 2020년 8조엔, 2030년 15조엔으로 높였다.
아베 총리는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관광은 성장전략의 큰 기둥이며 지역활성화를 위한 비장의 카드”라며 ‘관광 대국’ 건설을 천명했다. 또 관광업을 2020년 명목 국내총생산 600조엔 달성을 위한 주요 ‘엔진’으로 꼽았다.
관광비전구상회의는 관광 선진국을 달성하기 위한 10개 개혁안도 발표했다. 아카사카 영빈관 등 매력 있는 공공시설을 일반에 공개하고 문화재는 ‘보존 우선’에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자연보호에 중점을 두고 국립공원을 운영해 왔지만 ‘보호’와 ‘활용’이 양립하는 쪽으로 운영 방침을 전환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