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가 산업발전을 주도하는 시대가 아니다
좋은 노동·금융 제도 만들어 시장이 잘 돌아가도록 해야
기술과 제품이 급변하는 시대, 평생고용 노동시장 유지 불가능
때가 되면 링 위에 올라갈 것
월드컵이든 올림픽이든 열리면 새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한다"
[ 홍영식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는 3일 “기업가들과 새로운 시대를 동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권 잠룡인 안 지사는 이날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시장이 활기차게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민주주의고, 그 제도 속에서 많은 기업가가 도전과 창의를 통해 시장경제를 이끌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안 지사는 “정치 지도자로서 ‘나를 따르라’는 식이 아니라 기업가, 과학·문화예술계의 지도자들과 함께 ‘거버넌스(정치·경제 및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국정 관리 체계)’를 형성해야 한다”며 “이 거버넌스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게 선진 경제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국민 모두에게 도전의 기회와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기회를 주되 공정하게 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며 경제 성장을 위한 시장의 자율성과 함께 공정한 시장 질서를 강조했다. 안 지사는 “국가주도형 발전 모델로는 번영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새 연구개발(R&D)과 교육 전략이 필요하고, 원활한 인수합병(M&A)을 통한 산업구조와 산업생태계의 혁신이 빈번하게 일어나도록 해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창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와 정치가 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시대가 아니다. 관료와 정치인이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렇지 않다. 미국은 기업가들이 시장을 예측하고 개척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5000만 국민 모두가 혁신가이자 발명가”라며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자기 실력과 창의에 입각한 도전이 시장의 불공정한 경쟁으로 인해 좌절되지 않는 사회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기업가정신이 살아 숨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자본 기술 노동력 토지 등 기업활동의 기본 요소가 원활하게 공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좋은 노동력과 창의, 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과 대학 정책의 핵심”이라며 “이런 일을 하기 위해 가장 유능하고 효과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의 기초”라며 “시장경제가 살려면 민주주의가 확고히 자리잡아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 사회는 아직도 민주주의는 데모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경제는 민주주의와 상관없이 발전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는 경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정치가 경제를 이끌고 가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바른 노동시장 제도와 금융시장 정책, 대외개방 전략, 기업 M&A와 관련한 좋은 시장 제도 등을 정부와 정치가 마련해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금처럼 기술과 제품이 급변하는 시기에 20세기 방식의 평생 고용을 보장하는 노동시장 제도를 계속 유지할 순 없다”면서도 “임금 소득자의 생활이 불안해지면 국민 경제는 죽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출마와 관련해 “때가 되면 마운드에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남·호남·충청지역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을 이끄는 젊은 지도자가 돼보겠다는 포부는 도지사 출마 때 한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내년 당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이 공개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과거 함께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의 경쟁에 대해 “다음번 대한민국을 이끌고자 하는 지도자라면 정책과 비전을 놓고 국민 앞에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표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선 “월드컵이든 올림픽이든 대회가 열리면 새 스타 플레이어가 등장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한자리 하는 분들이 권력을 나누기 위해 개헌이 필요한 게 아니다”며 “현 헌법 구조에서 국민이 어떻게 하면 나라의 주인이 되도록 할 것이냐의 관점에서 개헌 필요성이 제기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개헌 논의는 자치분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선거를 앞두고 정파 간 유불리를 놓고 개헌 논의가 진행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청대망론에 대해 “대선은 지역 대표를 뽑는 게 아니다”며 “국민의 대표를 뽑는 일을 지역적으로 가둬놓고 논의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선에 출마하면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민주주의를 잘 수호해서 5000만 국민과 주권자가 활기차게 역사를 일궈내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며 정의·평화·공정 등 가치를 드높이는 것이 주권자들의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계파 정치와 관련해선 “유럽과 미국에서 계파라는 단어를 쓰나? 오바마파, 클린턴파라고 쓰나?”라고 반문한 뒤 “우리가 극복해야 할 20세기 낡은 정치의 풍경”이라고 비판했다. 홍성=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인터뷰 전문은 www.hankyung.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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