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저격 주문 제작 서비스 '아틀리에 캐비노티에'
[ 민지혜 기자 ]
진정한 명품 애호가라면 누구나 ‘나만의 명품’을 하나쯤은 갖고 싶어한다.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나만의 맞춤시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공개된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레퍼런스 57260’도 이런 맞춤시계 중 하나다.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이 내놓은 제품. 바쉐론 콘스탄틴은 매년 전 세계 극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시계를 제작해주고 있다. 레퍼런스 57260도 이 서비스를 통해 탄생했다. 8년여간, 프라이빗 컨설팅을 통해 고객의 머릿속에만 있는 시계를 실제로 만들어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런 맞춤 서비스를 ‘아틀리에 캐비노티에’로 부른다. 2006년 시계 애호가들을 위해 시작됐다. 모든 시계를 소량 생산하는 브랜드지만 이보다 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원하는 고객의 요청 때문이다. “멋지게 춤추는 댄서를 형상화한 다이얼을 보고 싶다” “12간지 동물을 다이얼 측면에 정교하게 새겨넣어달라” 등 상상만 하던 시계를 주문한 것. 18세기 스위스 제네바에서 특권층을 위해 시계를 주문받아 제작한 캐비 崙셀÷?이름에서 따왔다. 캐비노티에는 햇살 좋은 건물 꼭대기 층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작업실(캐비닛)에서 일하는 시계 장인을 칭하는 용어가 됐다. 당시 이집트의 푸아드왕, 그의 아들 파루크왕 등도 바쉐론 콘스탄틴에 시계를 주문했다. 1860년에는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아들인 블라디미르 알렉산드로비치를 위해 화려한 시계 제작을 맡겼다.
2006년부터 다시 시작한 아틀리에 캐비노티에는 시계를 만드는 기술력, 머릿속 디자인을 형상화해내는 예술적 감각 등 다방면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춰야 했다. 이 때문에 연구개발(R&D), 테크니컬, 로지스틱 등 여러 팀으로 나뉘어 체계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수공예 작업을 전담하는 10여명의 장인은 각인(인그레이빙)과 보석 세팅, 에나멜 칠 등 정밀한 작업을 맡고 있다.
맞춤시계를 주문하는 사람들은 은밀한 공간에서 나만의 시계를 설명하게 된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 장인이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호텔방에서 1 대 1로 만나 주문을 받는다.
고객이 원하면 집으로 방문하기도 한다. 원하는 시계를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소비자를 위해 정교한 각인, 화려한 다이얼 디자인, 투르비용(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기능)처럼 복잡한 기능 등을 보여주는 샘플도 만들었다. 자체 윤리위원회에서 저작권 등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기도 한다.
세상에 없는 시계를 제작하다 보니 시간은 오래 걸린다. 하나씩 부품을 완성할 때마다 이를 이메일, 우편, 전화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면 스위스 공방으로 방문해도 된다.
마치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댄서를 형상화한 시계는 달이 밤과 낮의 경계에서 춤을 추다가 날이 밝으면 태양 속으로 몸을 던지는 것을 형상화했다. 인그레이빙을 맡은 장인은 댄서의 손과 발, 바람에 나부끼는 옷자락, 햇빛에 반짝이는 머릿결 등을 표현해냈다.
블라디미르라는 사람이 주문한 시계는 891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무브먼트(동력장치)를 쓰고, 12간지 동물을 섬세하게 각인하는 등 4년여에 걸쳐 완성됐다. 핑크골드 케이스에 동물을 일일이 새겨넣느라 아주 두꺼운 골드를 깎아내야 했다. 일반 각인은 음각으로 문양을 새기는 데 비해 이 제품은 양각과 음각을 모두 사용하는 조각과도 같다. 도드라져 나온 부분, 파내야 하는 부분 등 각인에만 6개월 이상 걸렸다.
도미니크 베르나즈 바쉐론 콘스탄틴 아틀리에 캐비노티에&프라이빗 클라이언트 디렉터는 “럭셔리 브랜드를 진정 럭셔리하게 하는 건 얼마나 차별화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브랜드 철학을 설명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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