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의 굴욕, 마이너스 수익률 펀드매니저 또 교체

입력 2016-10-02 20:29


(뉴욕=이심기 특파원) 미 하버드대가 357억달러의 기금을 운용할 펀드매니저를 뉴욕 컬럼비아대서 스카우트 하기로 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기금을 운용하면서도 예일대 등 경쟁자보다 훨씬 부진한 수익률을 올리자 기금 대표를 교체하기로 한 것.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버드대가 최근 발표한 지난 회계년도 기금결산(6월말기준) 결과 수익률이 마이너스 2%를 기록하면서 기금 규모도 지난해 376억달러에서 357억달러로 줄었다.

이중 주식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10.2%에 그치는 등 전 세계에서 랭킹 1, 2위를 다투는 대학치고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반면 경쟁자인 예일대는 3.4%의 수익률을 올려 대조를 이뤘다. 최근 10년간 수익률 비교에서도 하버드는 연 평균 7.6%로 예일의 10%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더구나 예일대의 경우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직원 숫자가 30명으로 하버드대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도 연평균 8.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하버드를 앞섰다. 게다가 MIT의 기금규모가 132억달러로 하버드대의 3분의 1에 불과한데다 기금 대표의 연봉도 140만달러로 하버드대의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하버드대는 기금운용을 외부에 위탁하는 다른 대학과 달리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MC)라는 별도법인을 두고 헤지펀드처럼 독자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해왔다. 200명에 달하는 직원을 거느리며, 자체 딜링룸을 두고 직접 주식과 외환거래까지 해왔다. 기금중 일부는 외부에 운용을 위탁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내부와 외부운용 모두 주식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하버드대는 2005년 이후 4번째 펀드매니저를 구하기로 하고, 후임자를 물색해왔으며 최근 경쟁자인 컬럼비아대의 나브 나베카 대표를 전격 스카우트하기로 결정했다.

나베카 컬럼비아대 기금(CIMC) 대표는 96억달러의 기금을 운용하면서 최근 10년간 연 평균 10.1%의 인상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금 규모는 하버드대의 4분의 1밖에 안되지만 나베카는 미국 대학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NYT는 전했다.

JP모건 출신인 나베카는 2002년 컬럼비아대로 오기전 펜실베이아대학의 기금운용을 맡았으며, 하버드대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다. NYT는 새로운 하버드 기금대표는 저수익 구조를 개선하면서 분명한 장기 목표를 재설정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하버드대가 받는 기부금 규모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사실. 하버드대는 최근 올들어 70억달러를 모으며, 목표한 65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기부금 대부분은 HMC의 투자자금으로 들어온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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