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법인세 2~3%P 인상안 통과 가능성 커져
국회의장,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 시사
새누리 반대해도 법안통과 저지 불가능
대통령 거부권 꺼낼 수도…정국 '급랭' 부담
[ 유승호 기자 ]
지난 1일 시작된 올 정기국회에선 그 어느 때보다 증세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국회 과반을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모두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더민주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이 야당 세법 개정안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서다. 국회의장의 예산 부수법안 지정은 상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본회의에 바로 올리는 ‘직권상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새누리당은 세율 인상에 반대하고 있지만 저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與, 기재위에서 1차 저지할 듯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각각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위한 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더민주의 법인세 인상 방안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는 것이다. 200억원 초과~500억원 鎌?구간은 현행과 같이 22% 세율을 적용한다. 국민의당은 2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2%에서 24%로 높이기로 했다.
더민주는 또 소득세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1% 세율을 적용하는 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은 1억5000만원 초과분에 적용하는 38%다. 국민의당은 3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구간에는 41%, 10억원 초과 구간에는 45%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 세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는 정상적인 법안 심사 경로를 통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세법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위원은 새누리당 5명, 더민주 4명, 국민의당 1명으로 여야 의원 수가 같아 야당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조세소위원장인 이현재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야당 증세안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野, ‘부수법안’으로 공세 나설 듯
상임위 통과가 벽에 부딪치면 야당이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은 국회의장의 예산 부수법안 지정이다. 국회법 85조의 3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정부 세입예산안과 관련이 있는 법안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이렇게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에서 의결되지 않아도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예산 부수법안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12월2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정 의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간에 조율되지 않아 (의장이) 예산 부수법안을 지정할 상황이 으?법인세는 세수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여서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명지대 강연에서도 “한국 법인세는 경쟁국보다 낮은 수준이고 균형재정을 맞추기 위해 세수가 늘어야 하는데 법인세도 그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라며 법인세법 개정안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야당 세법 개정안이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돼 본회의에 올라가면 더민주(122명)와 국민의당(38명)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소수당이 다수당의 법안 처리를 합법적으로 막는 수단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예산 부수법안에 대해선 12월1일 밤 12시까지만 할 수 있다. 다만 예산 부수법안 지정을 통해 증세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정 의장과 야당이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
대통령 거부권이 최후 수단
정부·여당이 증세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이미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6월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과 올 5월 국회 상임위 청문회를 활성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였다. 정부가 증세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법인세 및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박 대통령은 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해 확정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129석으로 43%를 점하고 있어 재의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