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은 시효 지났다는데
수익자가 시한 넘긴 것 청구권 인정할 수 없다
금감원은 제재방침 고수
명백한 보험업법 위반…임원 해임권고 등 징계
미지급금 최대 1조 추산
[ 박신영 / 이태명 / 이상엽 기자 ] 대법원이 30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겠지만, 이와 별개로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에 대해선 보험업법에 따라 징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에선 보험금 미지급액이 많은 보험사는 임원해임권고 등 중징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교보생명이 고객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자살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돼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06년 7월 부인 B씨가 자살하자 보험금을 청구해 일반사망보험금 5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재해사망보험특약에 따른 보험금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2014년 추가로 자살보험금을 청 맨舅?보험사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소멸시효 성립 여부였다. 보험사는 보험 약관상 수익자가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인 2년(2015년 이후는 3년)이 지나도록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보험사가 자신을 속여 일반사망보험금만 줬기 때문에 청구권은 유효하다고 반박했지만 대법원은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자살 관련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은 2980건, 2465억원 규모에 이른다. 추가로 청구될 가능성이 있는 재해사망보험금을 합산하면 1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대법원 판결에도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압박해온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보험사가 당초 약관을 잘못 만든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논리다. 대법원은 앞서 “자살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생명보험의 재해특약 약관은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보험사들이 2002년부터 2010년 사이에 판매한 재해특약보험에 자살보험금을 원칙적으로 지급하되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은 지급의무가 없다는 게 대법원 최종 판단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를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보험금 지급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보험회사가 애초에 약관을 잘못 만들어 놓고 보험금 지급을 미뤄 소멸시효에 이르게 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금 미지급 결정에 관여한 임원과 실무자에 대한 제재를 11월 중에 하고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은 “행정제재가 대법원 판결을 뛰어넘는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눈치를 살피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하면 배임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자살보험금
일반사망보험 및 재해사망보험 가입 2년 뒤 자살한 경우 지급되는 사망보험금. 종신보험, 정기보험 가입자 등에게 지급한다. 특약 형태의 재해사망보험은 약관이 수정돼 2010년 이후 신규 가입자에게는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는다.
박신영/이태명/이상엽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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