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반미친중 정책에 불안감…주식·채권 투자 급감
[ 박진우 기자 ] ‘두테르테 리스크’로 필리핀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국내 공포정치와 국제 반미친중(反美親中) 외교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인 투자자가 예측 불가능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통치에 불안해하면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지난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필리핀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지난 8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8월 외국인 순매수액은 4조2700만달러로 전달보다 60%나 줄었다. 10년 만기 필리핀 국채 금리는 9월 들어 0.22%포인트 오른 3.63% 수준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증시에서 자금이 유출되면서 필리핀 페소화 가치는 30일 기준 달러당 48.46페소로 7월1일 대비 3.22% 하락했다. WSJ는 “필리핀의 국가 부채비율이 양호한 데도 이처럼 자금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투자자들이 신뢰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45%에 불과하다.
영국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키어런 커티스 신흥시장 매니저는 “(필리핀의) 급변하는 정치 지형 탓에 우리는 투자시 ♣?완전히 바꾸고 있다”며 “법에 의한 통치에 익숙하고 자금을 가진 사람이라면 적대심과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필리핀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마약사범으로 사살된 인원은 3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법부에도 마약과의 전쟁을 방해하면 계엄령을 선포하겠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미국과의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교역·통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반미친중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WSJ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정부·민간 협력을 주도해온 소수 재벌과의 긴장 관계를 고조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에겐 악재라고 전했다.
필리핀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카를로스 도밍게즈 재무장관은 투자자들에게 “두테르테 대통령의 과장된 발언보다는 감세와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정책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호소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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