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돌발 악재 겹친 '신약 기술'
베링거인겔하임, 한미약품 항암제 개발 중단
경쟁제품 나오고 임상 부작용으로 전격 파기
수출액 7억3000만달러 중 6500만달러만 받아
[ 조미현 / 김근희 기자 ] 한미약품 쇼크 여파가 증시는 물론 국내 바이오·제약산업계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에서 기술을 사들인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 개발을 중단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올무티닙에 부작용이 나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규 환자 처방 제한 조치까지 받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거품론을 제기할 만큼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신뢰성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성공 확률이 낮은 신약 개발 특성상 긴 안목에서 바이오산업을 키워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1년2개월 만에 계약 깨져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7월 한미약품에 초기 계약금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주고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의 판권을 확보했다. 미국 유 ?등 세계 시장을 겨냥해 임상시험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은 29일 저녁 한미약품에 계약파기를 전격 통보했다. 한미약품은 초기 계약금과 1500만달러의 중간 성과보수만 받게 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이 1년2개월 만에 돌연 올무티닙 개발 중단을 선언한 것은 경쟁사보다 제품 출시가 늦어진 데다 한미약품이 국내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올무티닙과 비슷한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2018년 올무티닙을 미국 등지에 출시할 예정이었던 베링거인겔하임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에서 기술을 사들일 당시만 해도 시중에는 경쟁력 있는 제품이 없었다”며 “타그리소 출시로 선점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되자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서도 돌발 악재
국내에서는 현재 판매 중인 올무티닙(상품명 올리타)에 대해 신규 처방이 금지됐다. 식약처는 올리타 임상시험 3상에 참여한 731명 가운데 3명의 환자에게 약물로 인한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 2명은 사망했다. 이 중 한 명은 피부가 괴사하는 중증 부작용이 원인이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지난 5월 올리타가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있다고 보고 조건부 판매 승인을 내줬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의약품을 판매하면서 임상시험 3상을 하고 있었 ? 지난달부터 국내 종합병원에서 처방이 시작됐다.
식약처는 의사, 약사, 임상 통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올리타에 대한 최종 판매허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다른 대안이 없는 환자나 이상 반응보다 치료상 이익이 더 큰 환자 등에만 제한적으로 처방이 허용된다”며 “약물 이상 반응에 대한 심각성, 부작용 환자 비율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 등 면밀히 검토”
국내외에서 올무티닙을 둘러싼 악재가 터지면서 한미약품이 지난해 8조원 규모로 기술수출을 한 계약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사노피아벤티스, 얀센 등에 바이오 신약 및 항암제 기술을 수출했다. 당장 베링거인겔하임과 같은 올무티닙 기술을 사들인 중국 자이랩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겪는 불가피한 성장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질 탐색부터 제품 출시까지 신약 개발에는 15년가량이 걸린다. 그나마 성공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1만건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2건만 성공한다는 얘기다. 금광 개발(10%)이나 유전 개발(5%)보다 성공할 확률이 낮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식약처 보고 결과 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후속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김근희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