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완 기자 ] 2차 세계대전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1947년 4월2일. 스위스 몽펠르랭(펠르랭山) 파르크호텔에 39명의 ‘순례자’가 모였다. 일생을 경제학과 철학에 바치기로 한 지식인들이다. 순례자를 뜻하는 펠르랭과 잘 어울리는 학자들이었다. 세계대전 이후의 지구촌을 걱정한 이들은 1주일 동안 회의를 연 뒤 이렇게 선언했다. “문명의 중심가치가 위기에 처해 있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역사관이 팽배하고 법의 지배가 무너졌다.” 지식인들은 문명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유재산권과 시장 경쟁, 법치를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작은 정부와 ‘보이지 않는 손’을 강조했던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적 전통을 잇는 자유주의 학자들이었다. 자유주의자들은 집단주의, 전체주의, 중앙통제 사회주의가 문명을 파탄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유럽은 정부와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노예의 길’에서 헤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세계를 향해 개인의 자유와 작은 정부, 시장 경쟁, 법치, 평화를 외쳤다. 선거에서 다수를 차지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무제한적 민주주의가 파시즘과 나치즘, 전체주의, 사회주의 통제경제를 불러왔다고 비판하고 세계가 ‘자유의 길’에 오를 것을 희망했다. 훗날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조지 스티글러, 밀턴 프리드먼 등이 대표적인 학자들이다. ‘경제적 자유’를 외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2017년 5월 서울로 온다. 바로 ‘몽펠르랭소사이어티 서울총회’다. 4, 5면에서 몽펠르랭 소사이어티와 자유주의 철학에 대해 더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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