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대기업의 농업 참여 막는 게 옳은가요?

입력 2016-09-30 16:50
○ 찬성 “스마트 팜은 한국 농업이 가야 할 길”
○ 반대 “대기업 농업 진출 땐 농민 설 자리 없어진다”


한국에서 미래형 과학농업 시도가 위기에 처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간척지인 전북 새만금에서 과학농업을 하겠다는 LG CNS가 신사업계획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굳힌 것이다. LG그룹 계열의 이 회사가 농업분야에 진출하면 농민 피해가 커진다는 농민단체들의 반대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농민 편을 드는 국회와 사실상 방관해온 정부의 무책임도 한몫했다. LG CNS는 농민의 반발을 의식해 처음부터 농작물 재배·생산에는 참여하지 않고 생산품도 전량 수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회사는 한발 더 나아가 농작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농업 관련 기자재를 공급하겠다는 사업계획도 처음부터 충분히 알려왔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설명회조차 보이콧했고, 이 회사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대해왔다. 국회의원까지 나서 농민 편을 들자 LG CNS는 과학농업 진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유통회사 어드밴스트인터내셔널그룹 등과 함께 38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76만㎡의 토마토 및 파프리카 농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은 수포가 될 판이다.

○ 찬성

LG CNS와 농업의 산업화를 주장하는 쪽은 ‘스마트 팜’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한다. 노동력 감소와 수입 농산품 공세에 시달리는 농촌을 살리려면 대규모 자본 투자와 신기술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농업에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중국 등지로 수출을 통한 활로도 뚫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일본만 해도 자동차를 만드는 도요타와 금융그룹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쌀농사를 짓고 수출까지 한다.

스마트 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각종 센서와 PC, 스마트폰으로 농작물의 생육환경을 제어하는 첨단 농장이다. 설비시장만 연간 22조원에 달할 만큼 미래가 유망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농민들의 반대로 대기업의 진입이 허용되지 않아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관련 산업의 발달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구나 LG CNS의 스마트 팜은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 사실상 방치돼온 새만금의 경제적 가치를 올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산업 환경이라야 무수한 ‘농업 벤처’도 태어나고, 첨단 무공해 농산물 수출을 확 늘려나가야 우리 농촌이 전반적으로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반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와 이에 동조하는 농업계는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농민을 잡아먹는다”는 논리로 결사반대해왔다. 이들의 반대에는 정서적인 측면도 다분히 있다. 무엇보다 사업의 주체가 외국 자본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외국 자본의 농업 침탈’이라는 반대 구호를 외쳐왔다. 수입 농산물도 버거운데 이제는 우리 농업이 외국 자본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대파들은 “수출용 농장이라지만 신선 농산물의 100% 수출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결국 국내 시장에도 판매될 것이라고 우려한다.(이게 국내 소비자의 편익이 된다는 점은 외면한다.) 피해가 예상되는 모든 토마토 생산 농가가 새만금으로 가서 농사를 짓기도 어렵고, 대기업에 맞서 경쟁할 능력이 있는 농민도 많지 않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들도 자본과 기술이 들어와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못한다. 그러면서도 농민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가족농’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농촌지역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걱정도 한다. 일각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란 정치적 구호로 농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도 요구한다.


○ 생각하기

"농업도 ICT와 접목하면 얼마든지 첨단 산업분야가 될 수 있다"

기업의 과학농업 진출 문제는 LG CNS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다른 대기업인 동부팜한농의 실패 사례도 있다. 2012년 동부팜한농은 경기 화성시에 대형 유리온실을 짓고 수출용 토마토를 생산하려 했지만 역시 농민의 반대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LG CNS에 대한 반肉?같은 논리였다. 농업을 고부가가치 ‘돈이 되는’ 산업으로 키우려면 기업의 투자 없이는 사실상 어렵다. 농민의 반대로 농업 발전 기회를 번번이 무산시켜 버리면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는 없다. 어떤 기업이 농업에 투자하려 들 것인가. 농산물 소비자들의 편익도 감안해야 한다. 스마트 팜은 농민의 고령화, 농업의 저효율화와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농민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농업 현실은 어떤가. 공적자금 투입의 한계다. 결국 기업 경영과 기업이 추진하는 과학영농이어야 한다. 농민단체들도 그렇지만 모호한 자세를 취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태도가 더 문제다. 정부가 과학농업 과제에 뒷짐만 진 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농업도 ICT와 접목하면 얼마든지 첨단 산업분야가 될 수 있다. 13억 중국 인구에 왜 ‘최고급 한국산 과일 채소’를 수출할 수 없다는 말인가. 과학농업이 ‘정치농민’에 휘둘린다면 한국 농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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