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합의] 저유가에 기진맥진한 OPEC…8년 만에 원유 감산 전격 합의

입력 2016-09-29 18:33
하루 최대 74만배럴 감산…국제유가 급등

'최대 난제' 회원국별 감산량 11월 최종 결정
유가 50달러 돌파 눈앞…셰일 증산 여부도 변수


[ 뉴욕=이심기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8일(현지시간)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전격 합의했다. 국제 유가는 이날 5% 급등해 배럴당 50달러에 성큼 다가섰다. 오는 11월 OPEC 회원국별 감산량을 확정해야 하는 등 과제가 남아 있어 유가에 본격 반영되는 효과는 내년 1월 이후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OPEC, 재정난에 감산 결정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14개 회원국은 이날 알제리에서 열린 에너지포럼에서 4시간30분 동안 비공개 마라톤 회동을 하고 하루 생산량을 3250만~3300만배럴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OPEC의 감산 합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이다. 지난 8월 하루 평균 생산량 3324만배럴과 비교하면 감산 규모는 하루 24만~74만배럴이다.

당초 이란의 거부로 감산 또는 동결이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예상을 깨?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OPEC이 수급 균형과 가격 안정을 위해 감산이 필요하다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은 명백히 비상 상황”이라는 OPEC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회원국의 경제난이 감산 합의의 배경이 됐음을 시사했다. 회원국들은 유가 하락에 재정난을 겪어왔다.

OPEC은 오는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석유장관회담에서 각국의 산유량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비(非)OPEC 국가들에도 감산에 공조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WSJ는 전했다.

◆예상 깬 합의에 ‘화들짝’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 인도물은 5.3% 치솟은 배럴당 47.05달러에 마감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의 최대다. 런던ICE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1월물도 5.9% 급등한 배럴당 48.69달러를 기록했다. 감산 이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OPEC이 (감산이라는) 예외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동조 의사를 밝혔다.

시장의 관심은 유가가 얼마나 오를지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감산 규모가 공급 과잉을 해소할 정도로 충분한지에 달려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산유국별로 구체적인 감산 목표와 이행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다. WSJ는 “공급 과잉을 해소하려면 감산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에 동의한 것일 뿐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OPEC이 합의한 하루 생산량 3300만배럴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추정한 내년 하반기 원유 수요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OPEC이 하루 70만배럴 이상을 줄인다면 공급 과잉 우려가 사라지고, 재고량도 감소하면서 가격이 오를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셰일오일 반사이익 전망도

OPEC의 감산 결정이 미국 셰일원유업계의 혜택으로 돌아가면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가 없었더라도 미국의 산유량이 내년까지 증가하면서 OPEC 회원국과 경쟁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유에스뱅크웰스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하스 선임 투자연구원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기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씨티은행도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혹은 그 이상으로 오르면 셰일오일업체들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까지 배럴당 43달러, 내년 53달러로 내다본 WTI 가격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이날 밝혔다. OPEC의 감산 합의가 단기적으로 유가를 지지하겠지만 공급량을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OPEC이 11월 구체적인 감산 목표에 합의하더라도 실제 효과는 내년 1월 이후에 나타나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각국이 얼마나 감산할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감산을 통한 가격 상승 노력이 번번이 실패로 끝난 전례가 있는 데다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이 증산할 가능성도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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