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민족주의를 넘는 세계시민 교육이어야 한다

입력 2016-09-29 18:08
우리 일상생활이 하나의 지구촌 생활
세계를 무대로 한 꿈 실현할 수 있도록
세계시민의 인성·역량·태도 교육해야

백순근 < 서울대 교수·교육학 >


우리는 이미 세계화 시대의 중심에 서 있다. 2015년 현재 재외동포가 718만5000여명에 이르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323만여명에 달한다. 지난달 발표된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초·중·고교의 다문화학생 수가 9만9186명으로 10만명에 가까워졌고,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 수는 10만4262명으로 10만명을 넘었다. 특히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 수는 전체적으로 20만6000여명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문화학생 수는 매년 20% 정도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우리 일상생활이 어느덧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함께 어울려 지내야 하는 하나의 지구촌 생활이 된 것이다.

광복 후 지난 70년간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해온 방법 중 하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교육정책을 모방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모방형’ 혹은 ‘추격형’ 교육정책은 그동안 우리의 교육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21세기?맞이해 더 이상 우리가 모방하거나 추격할 만한 대상을 외국에서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효용성도 거의 사라졌다.

이처럼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지속가능한 교육 발전과 국가 발전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창조형’ 혹은 ‘선도형’ 교육정책으로 나아가야 하며, 창조적 교육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시대, 무한 경쟁의 세계화 시대 속에서 아직까지 다른 나라에서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고 있는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을 선도적으로 연구개발해 적극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시민교육이란 세계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인성, 역량, 태도 등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가 지구촌 전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개개인이 그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자각하며, 그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함양하고, 다른 구성원과 함께 공동체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 및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등 구성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네스코(UNESCO)는 세계시민은 평화, 인권, 다양성, 정의, 민주주의, 배려, 차별하지 않음, 관용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존중해야 하고,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의사결정능력 등 인지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감, 도전정신, 열린 마음, 타인에 대한 존중, 팀워크 등 비인지적 특성과 함께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헌신 등 글로벌 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 등도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도 다양한 방식으로 인성교육과 역량교육을 강조해온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미흡한 부분도 많았다. 예컨대 지난해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에 제시된 핵심 가치 혹은 덕목에는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이 강조돼 있으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강조하는 신뢰, 공평, 시민의식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개인중심, 가족중심, 민족중심, 국가중심의 사고방식은 인류와 지구촌 중심의 열린 사고와 세계시민의식 함양을 방해하기도 한다.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을 선도적으로 연구개발해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지구촌에서 우리의 취약점으로 널리 알려진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타문화와 타민족에 대한 이해, 상호 존중, 열린 대화, 팀워크 등을 적극 신장·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청소년뿐만 아니라 지구촌 많은 청소년이 국내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꿈과 끼를 키우고 잠재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백순근 < 서울대 교수·교육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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