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일 산업재편 방안 발표…조선산업은 내달로 연기
'암초' 산재한 조선 경쟁력 방안
맥킨지 보고서에 의견 엇갈려…빅3 "모두 납득못해" 진통 예고
"철강 후판생산 절반으로 줄여라"…업계 "중국만 이익 보는 구조조정"
석유화학, 공급과잉 동의하지만 한국만 감산땐 시장점유율 하락
[ 도병욱/주용석 기자 ] 조선·철강·석유화학 분야를 대상으로 한 2차 산업재편 작업이 이달 말 시작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행으로 정리된 해운산업 구조조정처럼 특정 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들 산업의 재편 과정은 보다 복잡하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이견에 컨설팅 작업 지연
정부는 오는 30일 철강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철강)과 베인앤컴퍼니(석유화학)가 벌인 컨설팅 결과가 28일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경제부처 합동 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는 다음달로 미뤄졌다.
조선산업 컨설팅을 한 맥킨 側?아직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컨설팅을 의뢰한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업계 내 주요 관계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결과 도출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조선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여러 차례 컨설팅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그때마다 ‘빅3’ 조선사 CEO가 모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맥킨지는 당분간 조선산업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전제하면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순으로 경쟁력이 강하다고 잠정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가뭄’과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은 맥킨지가 회사의 자구계획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 등은 맥킨지가 대우조선의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결론 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조선업계가 빅2 체제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대우조선은 이런 의견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감축 요구에 업계 ‘발끈’
철강·유화업계 구조조정도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정부와 컨설팅회사는 설비 감축 및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요 철강사와 석유화학사 대부분은 채권단 관리를 받지 않는 ‘정상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설비 감축 및 감산을 지시하기도 쉽지 않다.
철강사들은 BCG가 국내 후판 생산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잠정 결론 내린 데 대해 “중국 철 ?潁?이익을 보는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후판 생산설비를 절반으로 줄이려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후판공장 7개 중 3개를 폐쇄해야 한다.
대형 철강사 관계자는 “지난해 후판 수입량이 250만t에 달할 정도로 중국산 저가 제품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량을 더 줄이면 오히려 중국 철강사만 이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BCG는 철근 생산을 지역별로 특정 기업이 전담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철강사의 반발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업종에선 페트병 원료로 쓰이는 테레프탈산(TPA)이 대표적 공급과잉 품목으로 꼽힌다.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국내 업체의 TPA 수출은 2011년 362만t에서 지난해 231만t으로 40% 가까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생산설비를 560만t에서 400만t으로 줄여놨지만 여전히 100만t가량 추가 감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체들은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공감하지만 해결책을 두고는 눈치만 보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다른 업체는 가만히 있는데 우리만 감산하면 시장점유율이 떨어진다”며 “국내 기업이 일괄 감산하면 결국 중국 업체만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주용석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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