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1차 TV토론 팩트 체크…힐러리·트럼프, 누가 거짓말 많았나

입력 2016-09-27 18:21
[ 이상은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 1차 TV 토론이 끝난 뒤 주요 언론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발언 가운데 사실 여부가 논란이 된 발언을 하나씩 짚어보며 사실관계를 확인(팩트 체크)했다. CNN 등에 따르면 클린턴은 대부분 사실이거나 적어도 다른 사람의 분석·평가에 기반한 ‘근거 있는’ 주장을 했다. 반면 트럼프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과장하거나 오도한 것이 적지 않았다. 허핑턴포스트는 두 후보의 거짓말 횟수를 16(트럼프) 대 0(클린턴)으로 집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14번 거짓말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한국 등 방위비 안 낸다”(X)

트럼프는 안보 문제에 관해 “미국은 일본, 독일,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지켜주고 있는데 그들은 돈을 내지 않는다”며 “우리가 막대한 돈을 써 가며 엄청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는 9441억원에 이른다. 주한미군 전체 예산의 40%를 넘는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에 관해 최고의 동맹 중 하나”라고 말했다.

힐러리 “당선되면 1000만개 일자리 늘어날 것”(X)

클린턴은 자신이 당선되면 일자리가 1000만개 더 늘어나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 350만개가 날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 뻥튀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애널리스트는 “클린턴의 공약이 없어도 700만개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만큼 300만개가 늘어나는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4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힐러리 “트럼프는 아버지 돈으로 창업”(O)

클린턴은 트럼프가 아버지에게서 1400만달러를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며 자신이 ‘중산층의 딸’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가 ‘금수저’라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아버지는 1975년 아주 조금 대출을 해줬고 회사를 수십억달러짜리 회사로 키운 것은 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당시 상속받을 재산을 바탕으로 900만달러를 대출받는 등 14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트럼프 “NAFTA는 美 역사상 최악의 협정”(X)

자유무역협정에 줄곧 반대해온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세계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비판했다. NAFTA는 지난 20여년간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됐지만 경제적으로는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미 의회 조사연구소에 따르면 NAFTA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무역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힐러리 “트럼프가 주택 거품 붕괴를 응원했다”(O)

트럼프대학이 2006년 내놓은 오디오북에 포함된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주택 거품이 꺼졌을 때 현금을 쥐고 있다면 달려가서 미친 듯이 집을 사서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팩트 체크 결과로 토론의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트럼프가 사실로 승부하기보다 여론이 ‘심증’을 갖고 있는 부분을 공략해 지지를 얻는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팩트 체크를 주도한 언론사가 대체로 클린턴을 지지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