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진입한 골프장] 법인 회원권 쏟아지는데…매수세는 실종

입력 2016-09-26 17:33
가격 더 떨어지면 사야하나


[ 이동훈 기자 ]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골프장 회원권 매수세가 실종됐다. 공직자 등 외부 인사들과의 골프가 사실상 금지됐다는 판단에 싼값에라도 회원권 처분을 서두르는 회사가 늘고 있지만 정작 ‘사고 싶다’는 문의는 거의 없다는 게 주요 회원권 거래소의 푸념이다.

가격도 두드러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화산컨트리클럽(CC)과 레이크사이드CC의 회원권 가격은 지난 7월 김영란법 합헌 결정 영향으로 연초보다 5%가량 떨어졌다. 강남300CC는 14%나 급락했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이사는 “7월 이후 주요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이 5~10%가량 빠졌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골프장 내장객 감소가 현실화되면 회원권 가격은 추가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어진 골프장들에 대한 우려가 높다. 당시 대부분의 골프장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건설된 탓에 금융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도산하면 처분 가능한 자산 대부분은 은행 등 금융채권자로 넘어가고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은 제대로 건지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 회원권 매입에 앞서 가격뿐만 아니라 다른 복잡한 요소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산 대비 금융부채가 얼마나 많은지를 기본적으로 살펴보면서 현재 회원권 가격이 분양가 대비 너무 오른 것은 아닌지, 접근성은 무난한지 등을 따져보라는 것이다.

또 회원권 매매는 채권 투자와 비슷한 만큼 단기 매출과 수익이 아니라 골프장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회원권은 가입 때 입회보증금을 내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부킹 권리와 그린피 할인이 사실상 채권의 쿠폰 금리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삼성 CJ 롯데 등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이나 이스트밸리CC 등 탄탄한 수요기반을 갖춘 수도권 명문 골프장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투자 시기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거래소들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를 투자 적기로 권유하는 반면 골프장업계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의 영향이 충분히 반영된 2~3년 이후가 적절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