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10개월 만에 노타이로 등장한 권영수 LG유플 부회장 "글로벌 사업 대박 내겠다"

입력 2016-09-25 12:00
글로벌 사업 전략 밝혀…"내부 역량 키우고 해외사와 협력"
통합방송법 제정되면 SO M&A 추진
다단계 유지 여부엔 즉답 회피



[ 박희진 기자 ]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사진)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살려 LG유플러스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사업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10년동안 글로벌 사업에 대한 감을 익혔고 성공 사례도 만들었다. LG유플러스에 와서도 글로벌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사장과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LG유플러스 수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몸담았던 두 회사를 각각 디스플레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세계 1위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그가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에 취임 후 공식적인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건 지난 1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엔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이 기자들과 만든 자리에 권 부회장이 참석했다. 그는 "育?후 10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느낀 바를 편안하게 설명하려고 이번 자리를 자청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통신 사업이 처음인 권 부회장은 그간 깊었던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그러면서 글로벌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강하게 표현했다. 그는 "통신도 잘 모르는 사람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해외 통신사와 우리는 결코 경쟁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들과 형제 같은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면 절호의 찬스를 얻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통신사들은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통신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때문에 그들과 탄탄한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사업의 기회를 열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 부회장은 올해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을 방문해 현지 통신업체들을 만나며 이같은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중국, 일본 통신사들을 만나면 만날 수록 정말 '대박'이라고 느꼈다"며 "각국 이통사 1~2곳과 좋은 관계를 맺어 서로의 역량을 100% 공유할 수 있게 되면 현재 추진 중인 신규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외업체들과의 무리한 사업 추진보다는 내부 역량 강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장 글로벌 사업의 청사진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우리 측에 다양한 사업을 제안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내엔 롱텀에볼루션(LTE) 관련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LG유플러스는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글로벌 사업 관련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LG그룹 계열사에서 '해외통', 사물인터넷(IoT)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해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신사업 성장 기회도 모색 중이다. 인공지능(AI) 분야 해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정했으며 다른 곳의 지분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이날 재킷과 넥타이 없이 기자들 앞에 섰다. 평소 권위와 격식을 내려놓고 '소통'을 강조하는 그의 경영 철학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그는 평소 사내 임직원은 물론 현장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메신저 카카오톡에 영업 대리점 직원들과의 단체방이 있을 정도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즐거운 직장팀'이란 사내 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 부서는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 효율성, 복지를 높일 수 있는 제도를 연구한다.

권 부회장은 지난 10개월을 평가하며 조직 문화 뿐 아니라 실적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의 무선가입자 수는 올 2분기 기준 122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났다. 통신업계 미래 사업인 홈 사물인터넷(IoT)는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홈 IoT 가입자는 이달 현재 43만명으로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것에 대해선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며 "합병을 막기 위해 당위성을 강조하며 밀어붙일 수 밖에 없었는데 임직원들의 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통합방송법이 제정돼 법적 근거만 마련된다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M&A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SK米뮬事?M&A가 무산된 건 절차가 잘못됐기 때문인 것 같다. LG유플러스는 적법한 절차를 밟으면서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충분히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또 논란이 된 다단계 판매의 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엔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오는 27일 열리는 방통위 국감에선 휴대전화 다단계 판매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예정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가 다단계 판매 대리점에 과도한 장려금으로 차별적인 우회지원금을 제공했다며 과징금 23억원을 부과했다.

권 부회장은 "다단계 자체는 글로벌 마케팅 수단인데 우리나라에선 일부 사례 때문에 잘못 인식이 되고 있다. 최근 논란에 밀려 할지 말지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다"며 "지적해주신 문제점은 최선을 다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