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 40년치 '5조 일감' 확보했다

입력 2016-09-22 19:14
수정 2016-09-23 11:06
3대 항공기엔진 업체 P&W에 부품 공급

P&W 싱가포르 지분 30% 인수
2023년엔 70% 콜옵션도 가능
방위산업 매출 비중 커 '한계'
항공우주 등 사업 다각화 박차


[ 안대규 기자 ] 한화테크윈이 차세대 먹거리인 항공기엔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3대 항공기엔진 제조업체인 P&W 해외법인의 지분을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세계적인 항공기엔진 제조업체의 해외 생산기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하던 P&W와 글로벌 항공기엔진 업체로 도약을 꿈꾸는 한화테크윈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45억달러어치 일감 확보

한화테크윈이 미국 P&W와 손잡고 이 회사의 싱가포르 법인 ‘PWMS’의 지분 3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한화테크윈은 이를 통해 향후 40년간 45억달러(약 5조원) 규모의 항공기엔진 부품을 P&W에 공급하기로 했다. 한화테크윈은 작년 5월과 12월에도 P&W의 국제공동개발사업(RSP)에 참여해 각각 17억달러와 38억달러 규모의 엔진부품 공급권을 확보했다.

한화테크윈은 PWMS의 잔여 지분 70%에 대해서도 2023년 이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하?됐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하면 향후 40~50년 동안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 이상의 엔진 부품 공급권을 확보하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해진 만큼 글로벌 항공기엔진 시장에서 한화테크윈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PWMS는 P&W의 최신형 항공기엔진인 GTF 엔진의 핵심 구성품 가운데 팬 블레이드와 고압 터빈 디스크를 생산할 예정이다. 팬 블레이드는 터빈의 회전력으로 공기를 밀어내 엔진 추력을 발생시키는 부품이다. 고압 터빈 디스크는 고압 터빈의 축과 터빈 블레이드를 연결해 연소가스 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변환시키는 부품이다. 두 부품 모두 고온을 견뎌내야 하며 생산에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항공기산업에 꽂힌 한화

한화테크윈이 항공기엔진으로 관심을 돌린 건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항공기 수요 때문이다.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세계 항공 교통량도 매년 4.8%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2035년까지 신규 상용 항공기가 3만9620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금액으로 치면 5조9000억달러(약 6770조원)에 이른다.

자주포, 탄약운반장갑차, 장갑차, 유도무기 등 방산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화테크윈은 방위사업청 수요에 의존해야 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엔진사업, 에너지장비사업, 시큐리티사업(CCTV) 등 나머지 사업에서 골고루 매출이 나와야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출 수 있다.

한화테크윈은 국내 유일 항공기엔진 제조업체로 F-15K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등 공군의 주력 항공기엔진뿐만 아니라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에 이어 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위성발사체 KSLV-Ⅱ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는 “P&W, 롤스로이스 등 세계적인 항공 기업이 진출해 있는 싱가포르를 해외 거점으로 삼아 항공기엔진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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