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 유일호 "한진해운 물류대란 예상은 했지만 대응 미흡했다"

입력 2016-09-22 18:15
"법정관리 안타깝지만 혈세 너무 많이 들어"
정부 "추가 지원 없다"

야당과 법인세 논쟁도


[ 유승호 / 황정수 / 이태명 기자 ]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부총리는 2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대통령과 독대를 하지 않았느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 문제로는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송 의원은 “이런 중요한 문제를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상의도 안 하면 국가를 누가 끌고 가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유 부총리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일일 보고를 받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대란 사태를 예상했느냐”는 송 의원의 질문에는 “이런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보를 받는 과정에서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 대응이 허술했음을 일부 인정했다.

◆“판사 3명에게 맡긴 무책임 정부”

송 의원은 또 “수출입에 의존하는 나라가 국적 선사를 망하게 해 놓았다”며 “유사시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해운산업 운명을 전문가도 아닌 법원 파산부 판사 3명에게 맡겨놓는 무책임한 정부가 어디 있느냐”며 정부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유 부총리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안타깝지만 (한진해운이 요청한) 6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한다면 그것도 국민 세금”이라며 “한진해운을 살리기에는 국민 혈세가 너무 많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2조원 규모 선박펀드를 조성, 한진해운에 지원하자는 송 의원 제안에 대해서도 “지금 단계에서 조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여당 의원들은 조선·해운산업 부실에 야당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등 야당의 정치 공세가 공무원들이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이 요구해 지난 8~9일 이른바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열었지만 새로 밝혀진 내용이 있느냐”며 “이런 행태가 계속되니 한진해운과 같은 중대한 현안에도 정책 책임자들이 적극적으로 결정을 못 내리고 사태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추가 자금지원 없다”

정부는 물류대란 해소에 필요한 화물 하역료 이외 자금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대한항공이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에 6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산업은행을 통해서도 하역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액은 최대 500억원으로, 한진해운 매출채권을 담보로 ‘브리지론(단기자금지원)’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한항공 등 한진해운 대주주가 자금지원 방안을 확정한 만큼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당장 시급한 화물 하역료만 지원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역 이후 육상운송료, 추가 용선료·유류비 등은 개별 채권자들이 소송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했다.

◆법인세 인상 놓고 논쟁

야당 의원들과 유 부총리는 법인세 인상을 놓고도 논쟁을 벌였다. 박광온 더민주 의원은 “저출산 해결을 위해 만 12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월 3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을 도입해야 한다”며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지금이 법인세를 올릴 수 있는 때인지 의심을 갖고 있다”며 “(법인세를 인상하더라도) 아동수당 재원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승호/황정수/이태명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