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 '의료기기 인증 비데', 치질치료 돕는 '관장 비데' 30개국 수출 뚫었다

입력 2016-09-22 17:36
이달의 으뜸중기제품

수압조절 등 특허만 13개…약국·면세점 등서 판매
입소문에 올 매출 300억 기대…노년층 겨냥 'IoT 비데' 개발


[ 김정은 기자 ] 2002년 치질을 앓고 있던 유병기 대표는 관장 기능이 있는 특수 비데를 우연히 선물받았다. 아이젠이라는 신생 중소기업이 개발한 국내 최초 관장 비데였다. 관장 기능을 몇 달간 사용했더니 항문 질환이 좋아졌다. 제품에 매료된 유 대표는 외식업을 접고 2003년 아이젠을 인수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온수·온풍·탈취 기능 등을 탑재하며 제품을 다듬어 2004년 정식으로 출시했다. 2009년엔 국내 비데로는 처음으로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고, 관장 기능을 조금씩 보완하며 기능을 꾸준히 향상했다. 지금까지 40만대 넘게 팔린 히트상품이 됐다.

◆‘관장용’ 노즐이 하나 더

비데 대부분은 노즐이 비데용과 세정용 두 개다. 하지만 아이젠의 제품은 관장 기능을 하는 노즐이 하나 더 있다. 관장 버튼을 누르면 종이컵 1개 분량의 물줄기가 항문 안쪽 3~5㎝ 부분까지 닿는다. 변을 묽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배출돼 관장이 되게 하는 원리다. 관장 기능과 관쳬?국내 특허만 13건을 취득했다.

유 대표는 “수압이 센 물줄기를 항문 깊숙하게 쏴야 하기 때문에 아프지 않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며 “난류(불규칙한 흐름)를 층류(규칙적인 흐름)로 바꾸는 원천기술을 자체 개발해 이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반응이 좋자 좌욕 기능이 있는 비데, 쾌변 기능을 탑재한 비데 등 응용제품도 선보였다.

◆자체 브랜드로 수출

아이젠은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고급화 및 자체 브랜드 전략을 고수한다. 제품에 대한 자신이 있어서다. 관장 비데의 가격은 40만~50만원대로 일반 비데보다 2~3배 비싸다. 판로도 적극적으로 개척했다. 지난해 비데업계 최초로 약국 판매를 시작했고, 면세점에도 입점했다. LG전자 베스트샵을 비롯해 전자랜드 등 양판점과 백화점에서 판매한다.

해외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30여개국에 아이젠 브랜드를 달고 수출한다. 중국과 미국, 일본 등에 지사를 설립했다. 수출 비중은 35% 정도다. 2013년엔 무역의날 5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유 대표는 “중국에선 120만원에 달하는 고가 모델도 잘 팔린다”며 “독일 유통체인 홈바흐의 130여개 매장에서 판매하는 등 유럽에서도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이 회사의 예상 매출은 300억원이다.

◆탄탄한 ODM…소형가전 확대

대림바스, 계림요업 등 주요 위생도기 업체와 한경희생활과학 등 생활가전업체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일반 비데를 공급하고 있다. 매출에서 ODM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물량이 점점 늘어나자 2년 전 월 3만대 생산이 〈?시설을 경기 김포에 갖췄다.

요즘엔 노년층을 겨냥한 비데를 개발하고 있다. 유 대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비데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가족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면서 “시제품을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 설치해 시험 중”이라고 말했다.

비데에만 국한된 제품군을 소형가전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그는 “관장 비데처럼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더한 제품을 꾸준히 내놓겠다”고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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