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산다는 건 - '영원한 2인자' 차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자 재취업 기준 높아져
[ 김주완 기자 ] 박근혜 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 10명 중 4명은 실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규정이 강화돼 ‘퇴로’가 막힌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21일 각 부처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차관(해당 부처 수장이 장관급인 경우)을 지낸 관료 54명 중 22명(40.7%)이 사실상 실직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교의 석좌·특임·초빙·객원교수, 학회 임원, 정당 지역위원장 등 비정규직도 실직 상태로 분류했다.
차관 출신 실업자가 가장 많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였다. 각각 4명 중 3명이 퇴직 후 정규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산업부에서는 이번 정부에서 첫 산업부 1차관을 지낸 김재홍 KOTRA 사장만 재취업에 성공했다. 문재도 전 2차관은 서울대 초빙교수 명함을 갖고 있다. 문체부 출신도 법무법인 민의 고문을 맡고 있는 조현재 전 차관을 제외하고 모두 정규직이 아니다. 이 밖에 여인홍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등도 실직 상태다.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방부, 국무조정실 차관 출신들은 모두 지금도 왕성하게 일하고 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형환 산업부 장관, 방문규 복지부 차관 등이 모두 기재부 차관 출신이다. 국무조정실에서 차관급인 1차장과 2차장을 지낸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과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다른 부처 장관으로 영전한 경우다.
고위 관료들의 퇴로가 막힌 것은 ‘관피아 방지법(공무원의 민간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된 영향이다.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민·관 유착을 끊겠다며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기준을 대폭 높였다. 지난해 3월 말부터 취업 제한 기간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고 해당 부처의 산하 협회와 조합에 대한 취업도 제한했다.
해당 조치로 퇴직 공무원의 민간 부문 재취업 문턱은 실제로 크게 높아졌다. 퇴직 공무원 중 취업 제한 결정을 받은 공무원 비율은 2013년 9.3%에서 지난해엔 20.8%로 상승했다. 정권별로도 명암이 갈린다. 이명박 정부에서 산업부 차관을 지낸 9명 중 별세한 안철식 전 차관과 각종 비리에 연루된 박영준 전 차관을 제외한 7명(77.7%) 모두 자리를 계속 옮기며 활동 중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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