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경제학자 총회] "게으른 유럽? 근로시간 짧은 건 높은 세금 탓"

입력 2016-09-21 19:08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드워드 프레스콧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한계유효세율 낮추면 성장↑
노동경제학자 박기성 교수 "강제적 근로시간 단축 안돼"


[ 마이애미=박수진 기자 ]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 연례총회는 행사 기간 열리는 오찬을 겸한 강연에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빙한다. 첫날인 19일(현지시간)에는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엉망진창(snafu-dom)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미국 정치권의 보호무역주의 및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움직임을 비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둘째날인 20일엔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76·사진)가 강연에 나섰다. 프레스콧 교수는 노르웨이 경제학자인 핀 키들랜드 카네기멜론대 교수와 함께 ‘실물경기 변동이론’을 주창했다.

이 이론은 경기변동을 외부의 충격에 가계와 기업 등 개별 경제주체가 반응해 가는 균형 과정으로 설명한다. 이는 총수요 측면을 강조한 케인스학파가 설명하지 못한 1970년대 석유파동과 1990년대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등을 분석해내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

예컨대 정부가 사회자본 확충을 위해 재산세율을 내리면 개인들은 저축을 늘리지만, 정부가 곧 세수 부족으로 세금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면 저축을 하지 않게 된다. 경기변동은 단순히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정부와 다른 경기주체 간 게임을 통해 균형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시각은 경기 진작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스학파의 논리를 약하게 만들었다.

프레스콧 교수는 이날 이 같은 이론을 기반으로 근로시간과 세금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서유럽이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근로시간이 30% 정도 짧은 것은 그들이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고 근로소득에 대한 한계유효세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론적·실증적으로 규명했다.

한계유효세율이 60%라면 일을 해서 1만원을 벌 때 복지 혜택이 줄거나 세금이 늘어 가처분 소득이 4000원만 남는다. 이렇게 세율이 높으면 차라리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에 직장에 나가 일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프레스콧 교수는 실제 근로시간과 가사노동시간의 합은 서유럽과 다른 선진국 간에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유럽과 다른 선진국 간에 한계유효세율이 비슷하던 1970년대에는 근로시간도 비슷했다.

노동경제학자인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한국에서 근로시간이 긴 것은 낮은 한계유효세율의 결과이기 때문에 법적인 강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마이애미=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