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쌀 공급과잉 해결책 마련
해제 권한 지자체로 넘기는 방안 추진
농지에 공장·창고·상가 등 건축 가능
[ 이승우/유승호 기자 ]
정부가 농업진흥지역(옛 절대농지)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한 것은 계속되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쌀값이 떨어지면 농민은 물론 직불금으로 농민들에게 쌀값을 보전해줘야 하는 정부의 부담도 늘어난다. 소비자 역시 쌀 수요는 줄어드는데, 매년 정부의 쌀 수매 등의 용도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농민, 정부, 소비자 모두 손해인 셈이다.
특히 올해는 폭염에다 태풍이 드물어 기록적인 대풍(大豊)이 예상돼 쌀값 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농업진흥지역을 줄여 벼 재배면적을 축소하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직접적인 이유다.
◆풍년으로 쌀 재고 적정량 2배
지난 15일 기준 20㎏ 정곡의 산지가격은 3만3886원으로 10일 전보다 1.2%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3만9912원)와 비교하면 15.1% 떨어졌다.
쌀값 하락은 몇 년간 지속된 풍년 때문이다. 단위면적(10a)당 생산량은 최근 10년간 평균 508㎏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542㎏을 기록했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7만8734㏊로 전년보다 2.6% 감소했지만 현장에선 지난해 생산량(432만7000t)을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소비량은 식생활 트렌드 변화와 1인·맞벌이 가구 증가에 따라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으로 전년 대비 3.4% 줄었다. 생산량은 늘고 소비량은 줄면서 창고에 쌓인 쌀만 늘어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정부의 쌀 재고량은 175만t으로 작년 같은 시점보다 42만t 많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한국 정부의 적정 쌀 재고량은 80만t이다.
◆절대농지 해제요건 대폭 완화
정부는 다음달 발표할 종합대책에 쌀 수매 격리 방안과 소비촉진방안 등 단기대책은 물론 쌀 절대 생산량을 줄여나가는 중장기 대책도 동시에 담을 예정이다.
중장기 대책의 핵심은 농업진흥지역 축소다. 매년 실태조사를 통해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거나 완화한다는 것이다. 벼가 아니라 작물을 심는 것은 물론 타 용도로 바꿔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처럼 농업진흥지역 해제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넘겨 해제 요건도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농지 면적은 169만1000㏊다. 이 가운데 47.9%인 81만1000㏊가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됐다. 농지 외 용도로 사용 중인 면적을 더하면 103만6000㏊에 이른다.
1992년 제도 도입 이후 정부가 농업진흥지역 실태조사를 벌여 대대적으로 정비한 것은 2007년과 올해 두 차례뿐이다. 올해는 상반기 조사를 거쳐 6월 8만5000㏊가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변경됐다. 전체 농업진 店熾だ?8.2%에 해당한다. 연말까지 1만5000㏊를 추가로 해제할 계획이다. 농민이 자발적으로 지역 해제·변경을 요청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해제되는 면적은 연간 5000㏊ 안팎이다.
◆다음달 14일 종합대책 발표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농민단체 등의 반발을 살 수 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 농민들의 희망을 받아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며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다음달 중순께 발표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매년 쌀 수매에 수백억원의 국고를 투입하는 기획재정부는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는 쌀 공급과잉 해소 방안은 물론 올해 쌀 수매 및 격리 대책, 소비촉진책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 절대농지 제도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기 위해 1992년 도입한 제도. 지금은 농업진흥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농업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일은 할 수 없도록 했다. 농지 외 사용 가능 범위 등에 따라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으로 나뉜다.
이승우/유승호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