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 나서는 신탁사] 강남·목동 등 신탁방식 재건축에 관심…"사업기간 1년 단축"

입력 2016-09-21 16:33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부동산신탁사 단독 시행 가능

시공사 선정·건축심의 등
조합설립 없이 신속 진행

대한토지신탁 등 6개 업체
주민설명회 개최 '잰걸음'


[ 윤아영 기자 ]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부동산신탁회사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부동산신탁사가 정비사업의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단독 시행자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관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공사 등 공공기관뿐이었다. 부동산신탁사는 이들 공공기관이나 민간 사업자와 공동으로 사업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부동산신탁사들은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도 기존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조합장 등 조합 임원의 비리와 횡령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업 기간 1년 단축 가능

부동산신탁사가 정비사업을 단독 시행하려면 주민 4분의 3 이상의 동의서를 받고, 사업지 전체 토지 3분의 1 이상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부동산신탁사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사업비를 대고 전체 자금을 관리한다. 시행자로서 시공사 설계사 철거업체 등 협력업체를 선정한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은 위탁자인 소유주가 참여하는 총회에서 결정돼 이전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할 필요가 없는 데다 사업 절차 간소화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자산신탁에 따르면 구역지정 후 추진위원회 설립단계의 재건축 사업장은 조합설립 인가, 건축심의, 사업시행 인가,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 총회, 관리처분 인가 등의 절차를 받기까지 2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신탁 방식을 통하면 관리처분 인가를 받기까지 1년4개월이면 충분하다. 신탁사 시행자 지정 인가가 나면 조합 설립 없이 곧바로 시공사 선정과 건축심의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에 대해 강남·목동 등 수도권 재건축 단지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시적으로 유예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2018년 부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조합이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그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2006년 도입됐지만 2009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있어 2017년 말까지 유예된 상태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이 제도를 피하존?내년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최소한 ‘조합설립 인가’ 단계까지 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 조합 설립도 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가 많다. 이런 단지들이 신탁개발 방식을 통하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 사업을 할 수 있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신탁사가 주도하면 조합 비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고, 시간과 자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며 정비사업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사 주민설명회 개최 활발

부동산신탁사들은 적극적으로 정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한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코람코자산신탁·한국토지신탁·KB부동산신탁·코리아신탁 등 6개 신탁사는 법 개정 이후 정비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를 찾아가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신탁사 주도의 정비사업 단독 시행을 위해 뛰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정비사업본부를 신설했고,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난 1일 업계 최초로 인천 계양구 신라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의 단독시행자로 지정됐다.

이 사업은 2011년 진흥기업이 조합과 정비사업 추진 계약을 맺었지만 정체된 사업장이다. 대한토지신탁 관계자는 “시공사 부도, 수익성 부족 등으로 지지부진한 사업장이 전국에 많다”며 “이런 사업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전담조직인 조합사업본부?설치한 코리아신탁도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진흥·로얄아파트 재건축사업의 단독 시행자로 선정됐다. 이 단지는 작년 1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코리아신탁은 조합이 없는 상황에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이 사업을 수주했다.

신탁사 단독 시행사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도 신탁 시행 방식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8년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8년간 조합 설립을 못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신탁개발을 통해 내년 안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6일 한국자산신탁을 초청해 1차 신탁개발 재건축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24일에는 한국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등을 초청해 2차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부산에서도 서구 동대신1(삼익아파트) 재건축 구역과 부산진구 초읍동 선경성지곡 아파트가 신탁사 주도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열고 해당 방식의 재건축을 고려하고 있다.

나머지 신탁사는 아직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고, 실적이 미미한 만큼 시장 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전담조직인 도시재생팀을 신설했지만, 기존 방식인 사업대행자 방식에 더 주력하고 있다. 다른 신탁사는 정비사업을 주관하는 전담조직을 구성하지 않았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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