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30%…한화케미칼의 사우디 '외계공장'

입력 2016-09-19 19:25
수정 2016-09-20 09:22
석유화학 이익률 5~10%지만
'값싼 원가'로 상식 깬 高수익

2007년 김승연 회장 지시로
사우디 시프켐과 합작사 설립


[ 주용석 기자 ]
한화케미칼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공장 ‘인터내셔널 폴리머(IPC)’(사진)가 석유화학업계의 상식을 깨는 고수익으로 화제다. 석유화학업체의 영업이익률은 통상 5~10%인데 이 공장은 작년 4월 상업생산 이후 5개 분기(작년 2분기~올해 2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 3761억원, 영업이익 1142억원을 올려 평균 30.4%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전통 굴뚝 산업에서 정보기술(IT)업계 뺨치는 수익을 낸 것이다.

한화그룹은 이 공장의 성공 비결에 대해 가장 먼저 ‘값싼 원가’를 꼽는다. 이 공장의 주요 생산제품은 태양전지, 전선, 코팅 등에 쓰이는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다. 다른 기업이 생산하는 EVA는 대부분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쓴다. 반면 이 공장은 나프타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한 에탄가스를 원료로 활용한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나프타 기반 EVA 제품 원가가 9월 기준 t당 800달러 수준인 데 비해 에탄가스 기반 EVA 원가는 t당 300달러 이하”라며 “원가가 낮으니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은 에탄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2011년 사우디 민간 석유회사인 시프켐과 25 대 75의 비율로 IPC를 설립했다. 이어 총 8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지난해 4월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국내 기업이 중동에 지은 첫 석유화학 공장이다.

이 공장 건설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07년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중동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도 “미래 화학산업은 결국 값싼 원료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하며 IPC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IPC 설립을 통해 EVA 생산능력을 미국 듀폰(연 40만t)에 이어 세계 2위로 끌어올렸다. 울산과 여수 공장의 16만t과 IPC 15만t을 합쳐 연간 31만t의 EVA 생산능력을 갖췄다. IPC는 EVA 외에 저밀도 폴리에틸렌도 일부 생산한다.

지난해 생산량 100%를 판매한 데 힘입어 올해 생산목표를 작년보다 10% 높은 22만t으로 잡았다. 업계에선 중국, 중동발(發)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돌파구로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재편과 함께 값싼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해외 제휴를 꼽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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