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재 기자 ]
부산은 다채로운 색으로 채색된 풍경화 같은 도시다. 화려한 야경의 미래 도시 마린시티, 상쾌한 바닷바람 속에서 동백꽃이 만발하는 동백섬, 사랑과 낭만이 가득한 달맞이길,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의 해운대 그리고 광안대교까지. 각자가 부산이라는 그림을 구성하는 물감이다. 가을의 서늘한 바람과 함께 부산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부산의 미래 도시, 마린시티
부산 지하철 2호선 동백역에 내린 순간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은 마천루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곳은 부산 최고의 마천루 천국 해운대 마린시티(Marine City)다. 마린시티는 수영만 매립지에 조성된 주상복합 단지로 마천루가 뿜어내는 화려한 야경이 볼거리다.
마린시티의 야경을 감상하려면 동백섬 북동쪽에 있는 더베이 101이 좋다. 더베이 101은 예술 갤러리, 카페, 식당 등을 갖춘 복합 해양 센터다. 마린시티와 마주한 해안가에 있어 야경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더베이 101에서 동백섬 산책로를 따라 남쪽의 누리마루 APEC 하우 볜?내려가면 광안대교의 야경까지 볼 수 있다. 광안대교와 마린시티가 어우러지는 야경은 미래 도시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화려하고 매혹적이다.
동백섬에서 야경을 즐긴 뒤 마린시티 트럼프월드 바로 앞에 있는 ‘부산 영화의 거리’로 향했다. 부산 영화의 거리는 2015년 초 마린시티 해안 산책로에 약 800m 길이로 조성한 한국영화 기념 거리다. 해안선을 따라 ‘1000만 관객 영화존’, ‘애니메이션 존’, ‘해운대 배경 영화존’ 3개의 테마 거리로 이뤄져 있다. 부산 영화의 거리에도 화려한 야경이 꽃을 피웠다. 바다에서는 광안대교가 빛의 꽃을 피웠고 육지에서는 마천루가 아이맥스 영화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불빛을 펼쳤다.
천년의 초록길, 동백섬
새벽 마실을 생각한다면 동백섬만 한 곳이 없다. 동백섬은 신선한 바닷바람을 쐬며 걷기 좋은 곳이다. 동백섬은 부산 기념물 46호로 현재는 육지와 붙어 있지만 본래 섬이었다. 동백섬 옆으로
르는 춘천천의 퇴적 작용으로 육지와 연결됐으며, 육지와 합쳐진 뒤에도 예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동백섬 입구에서 10분 정도를 걸어서 동백섬 정상에 있는 통일신라 말기 대학자 해운(海雲) 최치원 선생의 유적지로 향했다. 최치원 선생 비, 최치원 동상, 최치원 선생 유적을 볼 수 있었다. 선생은 암울한 세상을 등지고 자연의 경치에 모든 시름을 흘려보냈다. 자연을 유람하며 시대의 아픔을 해소한 것이다. 동백섬의 녹색 숲과 그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고뇌를 날려버렸으리라. 5분을 더 걸으니 누리마루 APEC 하우스가 나타났다. 제1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회의장으로 쓰인 이곳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 개방된다.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해안 절벽 위에 해운대 해수욕장을 바라보는 하얀 등대가 서 있었다. 등대 앞에 서니 해운대와 달맞이 고개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등대 바로 밑 절벽에는 최치원 선생이 직접 새긴 각자 ‘海雲臺’(해운대)가 1000년 넘게 해운대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각자가 지명 해운대의 기원이다.
해운대 & 달맞이길
해운대 해수욕장은 부산의 명물답게 뽀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영롱한 빛을 뽐냈다. 상쾌한 파도 소리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약 50분을 걸어서 달맞이길에 도착했다. 달맞이길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와우산 고갯길이다. 전체 길이는 8㎞에 달한다. 달맞이길은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특히 달맞이길 월출은 한국의 8대 비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달맞이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달맞이 동산에 있는 해월정(海月亭). 소나무가 주변을 에워싼 해월정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 고요하고 상쾌했다. 해월정에서 정월에 달빛을 받으면 사랑의 언약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 때문에 해월정은 사랑의 명소가 됐고, 달맞이길에는 낭만적인 분위기의 식당과 카페가 줄지어 있다.
부산=이왕재 여행작가 proal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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